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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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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취업 분투기

11.01.21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직원 모집 광고를 보다

gunbbang 2011. 1. 21. 23:00

 

나도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정작 원하는 건 공부를 통해 삶을 바꾸고 관계를 증진하자는 식의 스터디 공동체라 정의할 수 있겠는데, 그것도 어렴풋한 이미지만 떠올랐을 뿐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통해 공부의 의미와  하고 싶은 일의 의미를 알게 됐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책에 파묻히다

 

어쨌든 무언가 계기를 만들고 싶어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었다. 기회가 찾아오길 바라기보다 기회를 만들려는 자세로 말이다. 그래서 떠나기 전까지는 많은 책을 읽으며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주구장창 맘 이끄는 대로, 손닿는 대로 책을 넘기며 고민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알고 있다, 관계에 휩쓸리지 않으며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안에 가득 찬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니체의 말마따나 벌꿀 중 꿀이 가득 찬 놈만이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 수있는 것을. 내가 꽉 차지 않고 나에 대한 불만만 가득해서는 어떠한 상황, 어떠한 관계건 날카로운 비수만을 날리게 된다는 것을. 남에게 상처 받는 게 싫어 남에게 먼저 상처 입히는 어리석은 관계를 지속하리라는 것을. 약한 자, 불안한 자만이 작은 것에 분개하며 선빵을 날리는 법이다. 그런 내가 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책으로 빠져들었다.

 

 

 

직업이 없어 모든 불행이 시작됐다?

 

이로써 얼렁뚱땅해야 할 것이 정해졌다. 이런 누군가 본다면 답답해 보일 거다. 오죽했으면 오늘 아침에 어머니께서 영어 수학을 전공한 사람과 모여서 학원이라도 해보는 건 어때?”라는 말씀을 하셨을까. 나도 그 순간엔 속으로 지금은 책에 푹 빠져 맘껏 독서할 수 있는 유일한 때라고 합리화했지만 보이는 무언가가 없기에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 경일이 형에게 전화가 왔을 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뾰족한 계획들을 이야기하기보다 얼버무리고 있어야 하니, 그 순간 내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한심하게 느껴지던지.

당연하겠지만 나 스스로 이렇게 나를 억누르고 있으면 남이 나를 좋게 볼 리는 없다. 그게 꼭 직장을 갖는다고 채워질 맘의 궁핍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직업이 없어서 내가 이렇게 힘들다고 핑계를 대며 편안하게 있는 것이다. 직장만 갖게 되면 자존감도 회복되고 관계도 나아지며 내 인생의 봄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 그 모든 게 편의주의적인 생각에서 시작됐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지만, 지금은 그저 그렇다.

 

 

 

모집광고만으로도 가슴이 뛰다

 

그러다 오늘 신문에서 좋은 내용을 발견했다(솔직히 이 얘기를 하려 넋두리가 길어졌던 거다. 이게 바로 용두사미라고나 할까). 한겨레 신문의 부속기관인 한겨레 교육 문화센터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평생교육, 교육기획담당으로 신입을 모집한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평생교육 기획에 대해 아무런 기초적인 지식이나 경험은 없지만, 한겨레 신문 자체가 신뢰하는 신문이고 더욱이 교육 담당이라지 않은가. 작년에 전주대 평생교육원에서 6개월 간 근무를 한 경험도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다. 이래서 쓸 데 없는 경험은 없다라고 하는 걸까.

그래서 임용을 그만둔 이후에 최초로 도전해볼만한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자기소개서를 써보려 한다.

이렇게 맘을 정하고 나니 무언가 이루어질 것만은 같은 행복에 가슴이 뛴다. 나의 꿈이 어떤 식으로든 한 걸음 다가왔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광야에서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교육을 창안하는 발걸음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다.

 

 

 ▲  이 광고를 본 것만으로도 마음은 안정이 됐고, 희망을 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