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쇼생크 탈출 - 길들여짐을 넘어 당당히 주체 되기 본문
나에게 있어서나, 국민에게 있어서나 08년 5월은 다사다난 했던 한 달이었다. 촛불집회가 한 달 내내 계속되었으나, 우리의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급기야 장관 고시가 발표되었다. 이로써 5월은 갈등이 드러남과 동시에 완전히 해결되진 않은 미완의 한 달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쇼생크탈출'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여기저기 소문이 났었던 영화인데 그걸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스레 생각에 빠지게 된 대목은 '길들여짐'이란 단어가 나오는 부분에서 였다. 교도소는 인간을 재사회화하는 곳이다. '교정'과 '사회화' 이것이야말로 교도소의 태생의 이유이며 존재 근거이다. 그런데 과연 현실의 교도소는 이런 곳인가?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이미 푸코가 파놉티콘 구조의 감옥 구조를 파헤쳐 교도소의 허울을 드러냈다. 현실에서도 교도소는 '범죄학교'라 할만큼 교정되기보단 더 극악한 방법을 배우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욱 큰 문제는 '길들여짐'이다. 노예도 그 생활을 반복하다보면 노예근성에 젖어서 자신의 인권이 침해 당하던지 말던지, 자신을 데리고 있어주는 주인에게 감사해한다고 한다. 그러다 혹 그 관계를 파괴하려는 외부 세력이 있으면 주인이 반발하기도 전에 노예가 먼저 반발한다고 한다. 이미 길들여져 있어 어쨌든 그게 편안한 삶인데, 막상 그 관계가 와해되면 그 때부턴 홀로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불안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심리상태가 '길들여짐'이며 '보수'인 것이다. 감옥은 분명 자유를 박탈하고 노동력마저 착취하고 있지만 그로인해 살아갈 것에 대한 근심을 하지 않도록 기본 요건을 충족해주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만 괴로울 뿐, 막상 익숙해지기만 하면 그 어느 곳보다 편하고 안락한 것이다. 그렇게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가석방만큼 가혹한 형벌도 없다. 어찌 다시 새롭게 적응하며 산단 말인가? 그래서 그들은 가석방을 기뻐하기보다 어떻게 다시 사고를 쳐서 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길들여짐은 늘 현실의 상태를 왜곡하며 올바른 판단을 저해한다.
과연 우리의 모습은 이 모습들과 다른 것인가? 우리도 알게 모르게 무언가의 하수인이 되어 그 말도 안 되는 현실에 체념하며 '길들여진 채'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길들여짐은 자신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막는 것이다. 지금의 편함이 언젠가 비수가 되어 나의 뒷통수를 때릴 즈음 깨달은들 뭐하겠는가!
바로 이와 같은 면에서 5월은 길들여짐의 문제점을 깨닫고 당당히 주체로 나서기 위한 순간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저 수많은 불꽃들의 향연을 보아라. 저게 바로 '길들여짐'을 거부하고 주체성을 드높인 국민들의 열정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길들임(국가는 국민을 위할 것이란 환상에서 벗어났으며, 2MB가 말한 '국민을 섬기겠읍니다'라는 말 속의 국민이 '10%의 특권층'을 말하는 것임을 눈치 챈 것이다.)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행동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87년 6월항쟁에 버금가는 대단한 변화이며 대단한 용기라고 나는 자평한다. 길들여지기 전에 좀 힘겨울지라도 광야로 나서자. 내 손으로 하나 하나의 여건을 조성하며 그렇게 살아보도록 하자. 우리 국민에겐 지금 그럴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의 두 발로 당당히 대지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억압에 짓눌리지 말고 당당히 소신을 펼치는 자신감 말이다. 그리고 90%의 우리 국민들이 똘똘 뭉쳐 정부를 위한 '매체'가 아니라 '주체'로 당당히 서는 용기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쇼생크에 버금가는 대한민국정부의 오만과 억압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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