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율동공원 트래킹 - 10월 17일 율동공원 본문
14년 10월 6일 체육시간에 배드민턴을 치러 올공에 와서.
단재학교에서 매달 진행되는 트래킹을 10월엔 성남에 있는 율동공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자 공원을 찾았더라구요. 물론 소풍을 온 학생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하고 많은 장소 중에 율동공원으로 트래킹 장소를 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죠. 늘 말로만 들어오고 여러 티비 프로를 통해 번지점프를 하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지만,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과연 그렇게까지 공포스러운지 영상으로만 봤을 땐 도무지 알 수 없었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막상 현장에서 번지점프대의 위용을 보고 있으니, 기가 질리더군요. 밑에서 볼 땐 거대한 형상이지만, 막상 저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과연 저 난간에 설 수나 있을까?'라는 온갖 걱정이 앞섭니다.
원랜 승환이가 번지점프를 정말로 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니, 승환이 혼자만 번지점프를 하고 싶어했고 다른 학생들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5세라는 연령 제한에 걸려서 승환이는 하지 못하게 된 거죠. 그 때 승환이는 민석이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석이는 처음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신청을 하러 간 것입니다. 다행히도 민석이는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청을 하니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며 1시 30분에 다시 오라고 하더라구요.
승환이는 못내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번지점프대를 눈 앞에 두고 아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밥을 먹고 1시 30분이 거의 되어서야 번지점프대로 갔습니다. 신청대에서 무슨 절차가 있는지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그러더니 회색으로 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보고 있는 우리조차도 숨을 죽이는 순간이었는데, 막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민석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민석이가 난간에 올라서는가 싶더니, 조금의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한 번에 점프를 합니다. 과연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안전장치가 되어 있다고 느껴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민석이는 너무도 쉽게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밑으로 내려온 민석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드는 순간이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함께 깃드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민석이를 응원하고 민석이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한가족이기에 가능한 마음들입니다.
원랜 이렇게 오늘의 번지점프는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승환이의 아쉬움은 계속 되었고, 급기야 승태쌤은 민석이에게 다시 한 번 도전할 의사가 있는지 묻게 된 겁니다. 그 때 민석이는 단호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고, 그 제안은 저에게 온 것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번지점프대가 있는 곳에 가는 것이니, '한 번 도전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과연 올라가서 난간에나 설 수 있었을까 싶었으니 말이죠. 아래에서 봐도 이렇게 떨리는데 막상 위에 올라가면 더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 반면에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기회가 오니 해보는 것도 좋잖아'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꼭 악마와 천사의 다툼처럼 내 머릿 속에서 한없는 갈등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기에 하기로 한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정말로 죽겠더군요. 민석이가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땐, '왜 이렇게 더디게 올라가냐?'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내가 올라가니, 고도가 서서히 높아짐에 따라 심장은 더욱 심하게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더군요. 번지점프대에 도착하여 발을 내딛는 순간, 이미 제정신은 아니었습니다. 정신은 없고, 가슴은 뛰고, 발은 떨리는 삼중고를 견디며 있었던 거죠.
난간에 서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절대로 밑을 보지 않을 심산이었습니다. 밑을 봤다간 겁에 질려 달아날 게 확실했기 때문이죠. 묵묵히 저 멀리 펼쳐진 광경만 보며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고, "다 준비됐죠?"라는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단재학교 화잍이!"이라고 외치며 무작정 뛰어내렸습니다.
막상 뛰어내릴 땐 그렇게 떨리더니, 떨어지는 순간의 공포는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자이로드롭은 떨어지는 그 순간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만들던데,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그다지 무섭지 않다는 느낌이 든 것이죠. 오히려 번지점프대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섭고,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유롭게 비행을 하고는 싶었지만, 몸이 경직되니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단재학교 트래킹 과거 기록(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글로 링크됨)
▲ 14.03.21 서울 둘레길 트래킹 |
▲ 14.09.29 중랑천 트래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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