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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만리포 천리포 수목원 - 2. 생태교육원, 만리포 본문

후기/[후기]여행

만리포 천리포 수목원 - 2. 생태교육원, 만리포

gunbbang 2012. 4. 22. 23:30

421~22(토일) 왜 하는지 모르는 경험이 우릴 키운다

 

 

숙소에 들어와선 아이들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부모님들과 교사들은 그 옆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도와줄 일은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만든 음식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고 푸짐했다. 맛있게 먹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며 토요일의 저녁을 함께 보냈다.

 

 

우리가 묵게 된 생태 교육원 숙소. 이래저래 공간도 맘에 들고 취사시설도 맘에 들었다.

 

 

 

남의 시선이 만든 조바심, 그게 우릴 불안하게 만든다

 

새벽 2시까지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그걸 다 기록하진 않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부모님들 근심의 핵심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은 어떻더라라는 이야기를 수시로 들으니, 내 아이와 비교하게 되고 당연히 조바심이 생긴다. 내 아이의 스텝이 있고 빠르기가 있으며, 터득하는 시기가 따로 있을 텐데, 그런 것을 남의 아이(그것도 가장 빠르게 무언가를 성취하고 있는 아이)를 기준으로 두고 맞추려고만 한다. 그런 상황이기에 내 아이의 좌충우돌하는 것도 용납하지 못하게 된다. 부딪히는 과정 속에 실패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배우는 게 있을 텐데 그런 과정을 뛰어 넘어 그럴 듯한 결과만을 이루어 내길 원하는 것이다.

결국 다시 어려운 얘기가 될 테지만, 늦음이 빠름을, 빠름이 늦음을 알고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야지만 제대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의 스텝과 빠르기를 알 때에 그것에 맞게 나아가는 것을 정죄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려면 부모든 교사든 어떤 기준이란 것에서 좀 더 자유로워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이미 규정지어진 잣대가 그득한 사회에 사는 이상 뼈를 깎는 각오와 마음가짐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잘 자라길, 성숙하길 바란다면 해야만 하는 일이다.

 

 

 

22일의 일정과 마무리

 

 

아침을 준비하는 분주한 손길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보람.. 느끼셨나요?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여긴 집이 아니기 때문에 녹초가 되었음에도 긴장상태인지라 바로 일어났다.

일어나선 근처를 산책했고 아침밥을 아이들이 하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무언가를 만들고 먹기 위해 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더라. 샌드위치, 짜장, 된장찌개, 미역국 등 푸짐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정리까지 마친 후에 만리포로 떠날 채비를 했다.

어젠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더니, 이젠 거의 소강상태인가 보다. 구름 잔뜩 낀 서해를 배경으로 단재가족들은 사진을 찍고, 어제 점심을 먹은 곳에서 삼겹살을 먹고 남부터미널행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둘째 날엔 비가 그쳤다. 바다를 한 번 둘러 보고 서울로 왔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진 시간, 그래서 시간이 아쉬웠던 이야기.

 

 

 

왜 하는지 모르는 경험, 예측불가의 경험이 아이를 키운다

 

돌아와서 아이들의 후기를 보다 보니, 이런 여행 자체가 분명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만든다는 게 그 나이 때엔 귀찮은 일이다. 당연히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익숙하고 받은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아이는 우리가 여행에서 어른들에게 음식들을 대접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요리실력을 뽐내면서 대접하는 기분이 뿌듯했다.(박고은 후기)”라는 후기를 썼다. 싫을 법도 한 대도, 나름 무언가를 하면 느낀 뿌듯함을 표현한 것이다.

누구 할 것 없이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고 싶을 때가 있고, 좀 더 큰 후엔 부모님과의 여행보다 또래와의 여행이 더 기다려질 때가 있다. 인간인 이상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한 아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엄마와 함께 간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선 나는 처음에는 부모님들과 같이 가는 것이 기대되지 않았다. 부모님들이 같이 가면 불편하고 약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번에 간 여행은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였다. 부모님들이 같이 가면서 불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조화를 이루면서 놀았던 점이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김민석 후기)”라고 후기를 썼다. 경험을 통해 생각의 균열이 생긴 예라고 할 수 있고, 부모님과의 여행이 꼭 잔소리 여행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아이는 음식을 만들며 귀찮아하거나 짜증을 내기보다 고기나, 미역을 좀더 삶았다면 우리팀이 더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만했을 점~! (정은영 후기)이라고 후기를 썼다. 무언가를 해보면 미진한 부분이 눈에 보이고 그것을 다음에는 좀 더 완성도 있게 해야 하겠다는 욕심이 생기니 말이다. 이 아이는 바로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왜 하는지 알면서 하는 일은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어떤 성취가 있을 줄 뻔히 알고 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밖에 얻지 못하지만, 애초부터 왜 해야 하는지, 하면 뭐가 좋은지 모르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한 고정된 관념조차 없기에 그걸 해나가는 과정 속에, 그걸 완수한 결과 속에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처럼 맘껏 해볼 수 있고 부딪힐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여행이 꼭 필요하다.

 

 

단재학교의 일원들이 1박 2일동안 함께 머물렀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