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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잔부스러기 같은 삶을 꿈꾸며 본문

책/[책]독후감

잔부스러기 같은 삶을 꿈꾸며

gunbbang 2009. 3. 12. 19:58

성공한 삶이 있다면, 그와 반대되는 실패한 삶도 있을 것이다. 그걸 판별하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문제일터. 며칠 전에 학과 선배랑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는 자신이 살림을 못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두 명의 자식을 키우며 학원까지 운영하는 선배의 그 말에 난 번뜩 의문이 들었던 거다. "살림을 잘 한다는 것과 못한다는 것의 기준은 뭔데요?"라고 되물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자 선배는 정말 좋은 질문이라며 감탄을 했다. 그건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으니까. 아마도 주위에서 살림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자신도 살림에는 별관심이 없다보니 자연히 그런 반응을 수용했을 것이다.  

 

 성공한 삶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 자신이 만족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추앙해주니까. 저녁 어스름할 때 떠오르는 '개밥바라기별'이 되기보다 새벽에 떠오르는 '샛별'이 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 두 별이 같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나의 별이 떠오르는 시간에 따라 달리 불릴 뿐임에도 말이다. 그건 성공한 삶이 어느 시각에 따라서는 실패한 삶으로, 실패한 삶이 어느 시각에 따라서는 성공한 삶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작 성공한 삶이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연 성공을 어떻게 담보하고 살아갈 것인가? 

 

  꽤나 철학적인 질문이 되어 버렸다. 바로 이런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황석영씨는 단호하게 말한다.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말이다. 그 가치를 찾아가는 길은 여러 길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에 어느 길에 들어섰다 하여 그게 실패이거나 낭비일 순 없는 거다. 준이의 방황과 그 속에 스쳐갔던 수많은 인간의 군상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들 모두 부스러기와 같은 인생들이 있을 뿐이다. 성공이라 볼 수 있는 삶에서 일정부분 벗어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가슴 깊이 와닿는다. 소위 누구나 추앙하는 성공한 자들의 일상에 박혀 있고 징그러운 일상의 나태함보다 더욱 삶다웠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그들의 삶은 그들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일한 잣대를 벗어나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그 속에 내 자신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삶의 길이 있고 잔부스러기 같은 인생일지라도 행복에 겨운 삶의 모습이 있다. 허깨비와 같은 것을 좇아 늘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며 늘 자신을 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들의 삶은 그래서 중요하다. 10대에 미래를 고민했던 사람들, 20대에 더 나은 미래만을 꿈꾸며 오늘을 희생하며 내일만을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잔부스러기의 삶은 성공한 삶에서 벗어난 진정어린 성공한 삶이리라.

 


개밥바라기별

저자
황석영 지음
출판사
출판사 | 2008-08-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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