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남양주 종합촬영소 방문기(12.06.12) 본문
남양주 종합 촬영소는 어찌 보면 ‘영화’라는 컨셉을 잡을 때부터 오고 싶었던 곳이다. 영화지식에 대해서는 ‘무뇌한’이요, 영화 제작에 관해서는 ‘무식쟁이’인지라 어떻게든 영화의 제작원리를 체험해볼 수 있는 장소에 꼭 가보고 싶었다. 내가 영화팀을 맡았다고 해서 영화에 대해 모두 알 필요는 없다는 게 단재학교의 컨셉이라 할 수 있다. 오호라~ 그렇게 멋진 컨셉은 처음이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가 학교의 컨셉이고 그게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영화팀’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니, 그러니 함께 모르는 상황에서 함께 현장에 들어가 배우고 부딪히며 엉켜보자는 심산이다.
12월 23일 촬영현장
남양주 종합 촬영소는 당연히 ‘남양주’에 있고, 전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곳에 있지 않다. 운길산역에서 내려 무료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전철역부터 촬영소까지는 10분 정도 걸리기에 그다지 거리상 불편하진 않다.
▲ 전철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해서 정말 다행이다. 한결 접근성이 좋은 곳.
우린 도착하자마자 ‘촬영소도 식후경’이란 말마따나 도시락을 펴고 먹어 재끼기 시작했다. 밥을 먹는 건 분명 시간이 됐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먹는 것인데도, 꿀맛이 따로 없다. 역시 모든 밥은 생소한 곳에서 먹을 때 더욱 배가 되는 느낌이다.
버스가 멈춘 곳엔 드넓은 운동장 같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엔 무언가를 촬영하기 위한 스텝들이 가득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는 말처럼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무더운 초여름에 스텝들은 그렇게 뭉쳤나보다. 너무도 신기한 장면이었기에 가까이 가보았지만, 접근을 차단하더라. 이런 걸 흔히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는 것이다. 우린 말을 잘 듣는 애들인지라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영화 제목은 ‘12월 23일’이란다. 아따 좀 보여주면 어디가 거시기 혀요~
▲ '12월 23일' 촬영 현장. 처음으로 본 영화촬영 현장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12월 23일'이란 영화는 없더라. 알고 보니???
▲ 그 영화가 바로 '7번방의 선물'이었다는 반전~
영화 세트장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갔다.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그곳은 판문점을 재현한 곳인데, 막상 그렇게 둘러보니 유쾌 상쾌 통쾌하더라. 나름 실제처럼 잘 만들어놓은 세트장이었다. 그곳을 지나 조선의 시장으로 간다. 나름 그 시대의 분위기를 잘 연출한 곳이었다.
▲ 그 곳의 분위기를 잘 녹여낸 곳.
그곳을 둘러보고 옆에 있는 양반가로 들어서니, 그곳에도 무언가를 촬영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더라. 거기서는 ‘닥터진’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한다고 하더라. 이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고 박동섭 교수님 강의에서 여러 번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난 지금 에도에 있어. 수술을 하고 있으면, 살인자로 몰리는 세상에서, 만족스런 도구나 약도 없이, 수술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어. 아주 간단한 수술이야. 지금 세상이라면 실패할리 없을 거야. 하지만 그런 수술이 여기에선, 생사를 건 고투가 되어버려.
여태껏 수술을 성공하게 했던 건, 내 실력이 아니었던 거야. 지금까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약과 기술, 설비나 지식이었던 거야. 그런 것들을 잃어버린 난 아픔이 적게 꿰매는 법하나 모르는 돌팔이였던 거야. 14년이나 의사를 하고도 난 그런 것 하나조차 몰랐었어. 내가 이렇게나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난 몰랐었어. 겸허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 같은 돌팔이가 할 수 있는 수술만을 선택하다니.. 돌이켜보면 꽤나 건방졌었다고 생각해
넌.. 늘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진 1기, 01화
▲ '닥터진'을 찍기 위해 스텝들은 분주하다.
‘진’의 주제의식은 어찌 보면 현대의 실력, 기술이란 것들이 단순히 나의 실력이나 지식이 아니라 단순히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의 도움을 받아 형성한 것일 뿐 온전한 나의 것, 나만의 것일 순 없다는 얘기다. 진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위의 주제의식이 잘 녹아들길 바랐지만 한국판은 그런 깊이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1화를 보고 나서 실망했고 결국 보지 않게 되었는데, 어떤 우연인지 남양주에서 촬영을 한다고 하더라.
영상지원관
영상지원관은 다양한 전시관 및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각관을 돌아다니며 관람 및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음향을 직접 녹음을 하고 그걸 영화에 입혀 재생해보는 체험은 남달랐다. 영화의 사운드라는 게 현장의 사운드를 잡아낸다기보다 그와 유사한, 아니면 더욱 현실의 음향 같은 소리를 찾아 녹음을 하고 현장감 있게 입힌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무협영화나 무술영화를 보면 잘 알 것이다. 칼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주먹이 몸에 닿는 타격음 같은 것을 현실 그대로 녹음할 경우 오히려 현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엔 오히려 과할 정도의 부딪히는 소리나 타격음을 넣어 영화에 현장감을 더하는 것이다.
▲ 조트로프를 만들어 돌리면 사진이 하나의 영상처럼 보인다. 착시효과를 이용한 동영상 제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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