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1.11.24 장ㅋ - 길 위에 서서 ‘길’이 되다(암사동 선사유적지 탐방기) 본문
길을 떠난다는 건, 그 자체로 무한한 의미를 지닌다. 목적지를 향해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할지라도, 주위의 환경은 변화무쌍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좌충우돌하고 때론 헤맬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린 가장 무서운 적이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어느 순간 스스로의 의지를 꺾고 마음속으로 ‘포기하라고’ 재촉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 자신’을 이길 순 없다. 그것 또한 내 마음의 소리임엔 분명하니 말이다. 잘 다독이며,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돋우며 나가는 수밖에 없다. 심적인 갈등을 극복하며, 헤매던 길 위에서 나만의 길을 찾으며 나가는 거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도, 혹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다른 곳을 헤매다 온다 해도 괜찮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족적이 담긴 길, 그 길을 내가 걸어왔고 내가 성장했노라고 외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럴 때 우린 길을 떠남으로 ‘나만의 길’을 창조하게 된다. 그리고 ‘나만의 길’은 누군가 다시 걸어감으로 모두의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바로 자신인 이길, 이 길은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길이군.
우리는 이 길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려고 걸어가고 있다.
우리가 바로 길이다.
다른 이들이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걸을 수 있게 하는 길
모두에게는 그들 자신이 걷는 길이 있고, 그 길에는 처음과 끝이 있다.
우리 바로 자신이 이 길, 이 길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즉 우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모두에게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우리가 바로 길이다. 하기에 우리는 쉬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한다.
마르코스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오늘은 재영이와 ‘암사 선사 주거지’로 여행을 떠났다. 애초에 무언가 새로운 걸 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단지 유적지로 가는 길 위에서의 느낌과 유적지 안에서의 느낌이 궁금했을 따름이다.
단재학교 ⇒ 암사동 선사 유적지 (4.9Km)
우리가 택한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저번 주에 유적지 답사를 처음 얘기했을 땐, 자전거 여행이 딱 알맞은 날씨였다. 그런데 오늘의 날씨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옷 속을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우리 막무가내로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서 페달을 밟았다.
해가 떴음에도 우리의 차가운 마음이 햇볕의 유입을 막는지 기온은 그대로인 날씨였다. 핸들을 맨손으로 잡으면 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거기에다 재영이는 익숙지 않아 조금 달리다 쉬고 조금 달리다 쉬고를 반복하며 달렸다.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오고 있는 재영이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40분여를 달려 암사동 선사 유적지에 도착했다.
유적지에 왔으면 사진 찍고 가는 게 예의(?) ㅋ 우린 산책 나온 것이니 사진 퍼레이드~
이미 이 곳까지 달려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험을 했고 느꼈으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유적지 답사는 말만 ‘답사’일 뿐, 일종의 ‘휴식’의 개념으로 둘러보는 것이다. 신석기 사람들의 집터를 보고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를 보면서 ‘역사적인 관념’을 갖게 되든, ‘예전에 안 태어나길 잘 했네’하는 따위의 안도감을 갖게 되든 뭐든 괜찮다. 그래서 산책을 하듯 쉬엄쉬엄 둘러보며, 암사동 유적지에서 휴식을 즐겼다.
들어가는 입구에 나무로 만든 조각품이 있더라. 아주 근사한 느낌~
움집은 한 가족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 안에서 불을 피우고 나무나 돌을 다듬어 바늘과 사냥 도구를 만든다.
전시관은 크고 깔끔했다. 유적 분포와 발굴 현장에서 나온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옛 사람들이 살았던 곳은 강가와 해변가에 밀집되어 있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선사유적지’를 방문하고 ‘온조 백제’의 초기 정착지로 추정되는 ‘몽촌토성’에 가는 것이었다. 결국 계획은 변경되었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 “됐다, 모두 열심히 자신의 길을 만들었으니(안도현 시 「열심히 산다는 것」의 패러디)”
이제 다시 찬바람을 가르며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악물고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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