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제작] 11월 21일: 편집 회의 본문
11.21(목) 편집 회의
지리산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일이었던 산에 오르고 영상을 찍는 작업은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젠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찍은 영상은 매시간별로 그다지 특색 없는 장면들이다. 그걸 그냥 이어 붙여서 영상을 만든다면, 산행의 힘든 점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테지만, 무척이나 지루한 다큐가 될 것이 뻔하다. 그걸 어떤 흐름으로 이어 붙이며, 어떤 스토리에 따라 편집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다.
편집은 창조다
요즘 ‘무한도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편집=창조’라는 것이다.
'슈스케'를 보다 보면, '악마의 편집'이란 말을 쓰곤 한다. '악마의 편집'이란 말이야 말로, 편집의 속성을 제대로 알려준다.
무한도전은 6명의 출연진과 54명 정도의 스텝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쇼다. 그래서 6명이 움직일 때, 멤버들과 함께 조명감독, 음악 감독, 작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들과 함께 움직이며 현장성을 최대한으로 담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하나의 흐름에 맞게 편집하여 한 주 분량의 방송이 완성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을 때엔, ‘뭐 이런 쓸데없는 방송으로 전파 낭비를 하나?’하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보다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능 프로자체가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협업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의 흐름에 따라 장면을 배치, 삭제, 자막으로 내용 확장하기, 음악으로 감정이입 시키기 등을 해야 한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기에 차후에 어떤 장면, 어떤 사건에 포커스를 맞춰 부각시키느냐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영상 전체의 흐름을 생각하는 PD의 몫일 수밖에 없다. PD가 적재적소에 장면을 넣고 자막을 넣을 때, 하나의 쇼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편집은 창조인 것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 영화팀이 하려는 것이 바로 그와 같은 창조적인 작업이다. 지리산 종주 영상이야 그저 밋밋한 현실을 담아 놓은 것이기에 그걸 어떻게 풀어내며, 어떤 내레이션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지닌 다큐멘터리가 완성될 것이다.
편집을 위한 힘찬 첫 발걸음
오늘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영화팀 학생들과 첫 번째 편집회의를 했다. 지리산 프로젝트의 출발이 건호가 주재한 회의에서 비롯되었듯이 이번 편집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팀장으로 ‘주원’이를 임명한 것이다.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박주원 팀장과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영화팀의 모습. 훈훈한 광경이다.
주원이는 당당히 아이들 앞에 서서 세부적인 일정들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전체적인 일정을 어떻게 짤 것인지 친구들과 논의를 해가며 정했다. 건호가 이번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모든 일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이끌며 산에 올라갈 때도 놀라웠지만, 주원이도 친구들을 북돋우며 잘 이끄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그 회의를 통해 맡게 된 역할은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
그림, 콘티 |
편집 |
보조 |
총괄 |
건호 |
승빈 |
현세, 민석 |
지민 |
주원 |
그리고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일시 |
내용 |
11.24 |
1차 시나리오 완성(23일까지 미완성시 25일부터 야근). |
11.25 |
1차 시나리오 토대로 내레이션 녹음. |
11.29 |
1차 콘티 완성(26일까지 완성률이 70% 도달하지 않으면 야근). 민석이와 현세는 베가스 활용교육을 이 때까지 받을 것. |
12.07 |
1차 편집본 완성(5일까지 성과 없을 시 야근). |
12.11 |
2차 시나리오 완성. |
12.15 |
2차 시나리오 토대로 내레이션 녹음, 2차 콘티 완성. |
12.19 |
‘지리산 다큐멘터리(가제)’ 최종본 완성. |
이제 ‘지리산 프로젝트’의 두 번째 활동의 장이 열렸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다큐가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부담을 가지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힘을 주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보폭을 맞춰서 우리가 실컷 고생하며 찍은 영상을 화려하게 수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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