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호모부커스2.0 - 1. 책 소개 본문
책으로 맺은 저자-독자-출판사의 특별한 삼자대면!
― 독자가 저자가 되어 만들어낸 버전 업 독서론!
2008년에 출간한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이권우 지음, 이하 『호모 부커스』)의 선전은 놀라운 것이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책들 속에서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독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이 책은 독자들에게 소통과 변화라는 책읽기 본래의 소임을 일깨워 주었다. 당면한 실용적 목적을 위한 책읽기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어딘가에서는 ‘진정한 책읽기’에 대해 목말라하는 독자들이 있음이 이 책을 통해 반증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소통하는 책읽기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어 보기로 했다. ‘호모 부커스’(Homo Bookers)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의미의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도서평론가이자 『호모 부커스』의 저자인 이권우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 땅의 책읽기 달인들과 함께 독서론을 주제로 책을 펴내 공유하자”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았다. 책읽기마저 처세의 방편이 되어 버린 지금, 독자들과 더불어 책읽기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읽기 방법을 함께 강구해 보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읽기를 통한 인생역전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이런 의도로 출간된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독자-출판사가 함께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그동안 책읽기에 머물러 있던 독자들에게 글을 쓰는 필자로 직접 참여하도록 한 것은 독자들에게 있어 저자로 ‘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독자들의 글을 심사한 전문 필자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숨은 독서가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낸 책을 읽어 주는 독자, 사 주는 독자가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야 할 책의 원고를 제공해 주는 독자로서 직접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의 참 의미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삼자대면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우리’의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책읽기를 통해 책쓰기를 꿈꾸다―독자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바야흐로 글쓰기의 시대가 열렸다. 이제 ‘글’이라는 것은 더 이상 이름난 문장가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글쓰기의 장이다. 그곳에는 독서일기, 영화리뷰, 미술감상 및 비평, 요리법 등 다양한 글이 기록된다. 무엇이 됐든 무언가를 써서 남기는 자들은 대개 무엇이든 읽는 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중에는 운이 좋아서 (물론 글쓰기 실력도 출중해서)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출간해 곧바로 저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글쓰기를 넘어 언젠가는 ‘책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에 참여한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평범하지만) ‘극성맞도록’ 책을 읽는 사람들이며 그만큼 자신이 ‘쓴’ 책을 갈망한다. 마침내 데뷔의 기회를 갖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책읽기관과 방법을 마음껏 뽐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권혜린 씨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에 책읽기를 빗댔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듯 책이라는 호주머니를 갖추면 인격과 사고라는 송곳이 저절로 그것을 뚫고나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책을 6대 영양소에 비유한 대학생 임진옥 씨 역시 재치가 돋보였다. 어릴 적에 읽는 동화에서부터 소설과 시, 전공도서, 신문과 사전 등을 각각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에 연결시켜 균형 잡힌 독서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프랑스의 인기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발견한 프레텍스타 타슈 독서법을 추천한 오다인 씨(경영학도)는 책을 읽은 다음에도 아무런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 개구리 독서법을 지양하고 책읽기를 통한 적극적인 시선 바꾸기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자신만의 독서 비법을 적극 홍보한 독자들의 글도 이채롭다. 염지홍 씨(소셜 벤처 기업 대표)는 밑줄 긋기와 그 내용을 워드프로세스로 정리해서 독서 요약 노트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교육청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원종윤 씨는 직업 정신이 돋보이는 독서법을 제시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미진한 부분이 생기면 책을 가져왔던 책장으로 다시 돌아가 유사도서를 찾아보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유사도서의 목차를 통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책을 가지고 혼자서도 토론이 가능해지는 경지에 달하게 된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감자줄기 독서법’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독서 방법을 소개한 최은희 씨의 글도 흥미롭다.
“전 세계에 60억의 사람이 독서를 하면 60억 가지의 책 읽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말한 이찬우(대학생) 씨의 말처럼 스무 명 모두 각양각색의 독특․발랄․기발한 독서론을 선보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도, 만족해서도 안 된다. 심사평에서 밝혔듯이 “호모 부커스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며, 읽고 성찰하고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읽기는 책쓰기의 밑천이다―저자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에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권우(도서평론가)를 비롯하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반이정(미술평론가), 강양구(『프레시안』 기자), 고종석(에세이스트)이 전문 필자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독서론을 피력했다. 이들은 책읽기와 책쓰기를 동시에 해내는 이들이다. 그러나 책쓰기는 책읽기라는 밑천이 두둑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들에게 책쓰기는 생계나 실존 혹은 둘 모두에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책읽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 지독하고 처절하다.
스물일곱에 사회로 진출한 직장인 호모 부커스 안광복은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지하철 책읽기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 다음에는 점심 자율학습 감독 시간을, 보충수업 시작 전 몇 분을, 화장실에서의 20분 등등 악착같이 책 읽을 시간을 찾아내 하루 세 시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직장인으로서 으레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은 그를 다양한 책읽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14년차 직장인이 된 지금 그는 열 권 남짓의 책을 낸 엄연한 작가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에게 책, 특히 시사주간지는 비평가인 그의 기백을 테스트하는 학습지다. 그는 아이템풀처럼 꼬박꼬박 날아오는 정론시사지에서 정론직필의 비평 태도, 비평 대상을 확장시키는 유연성,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감각적 글쓰기, 사유의 융통성 등을 전채 요리로 섭취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비평의 날을 한껏 벼린 후, 미술비평이라는 자신의 메인 디쉬를 내놓는다.
생계형 독서가 강양구는 기자다. 기자라는 그의 직업은 그에게 다독(多讀)과 잡독(雜讀)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서문과 목차, 신문․잡지의 서평을 살펴놓는 요령은 물론 ‘편독’(偏讀)을 막기 위해 읽기 힘든 책 사이사이 좋아하는 온다 리쿠의 소설 같은 미끼를 끼워 두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죽도록 책만 읽는’ 도서평론가 이권우는 책읽기야말로 88만원 세대가 불황과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스펙임을 강조한다. 책읽기는 책쓰기의 밑천이자 삶의 밑천인 까닭이다.
이들에 비해 고종석의 책읽기는 그가 지은 제목 그대로 ‘빈약’해 보인다. 그의 고백대로라면 그의 독서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분야를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그의 책읽기는 깊어졌다. 그 깊이만큼이 그에게는 자산이 되었다. 물질적인 부를 최고로 치는 세상에서 이들의 생활이 결코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곳곳에 그 해답이 숨겨져 있다.
책읽기는 책만들기의 다른 이름이다―출판사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에서 그린비는 당연히 책 만들기 전반의 과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창립 이래 숱한 책을 만들어 왔지만 그 과정에 독자가 직접 필자로 참여하는 것이나 개정판과는 다른 업그레이드 버전의 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처음이었기에 더욱 의미 깊은 작업이었다. 원고 모집 광고가 나간 후 총 172편의 원고가 투고되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고,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독자들의 무관심 속에 무산되어 버리면 어쩌나 하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원고가 모두 모인 후부터는 프로젝트의 위원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권우와 안광복,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이 심사에 들어갔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고심 끝에 심사한 결과 총 20편의 원고가 추려졌다. 이와 더불어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 섭외에 착수했다. 각 분야에서 책읽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공인된 책읽기의 달인을 섭외한 것이다.
원고가 모두 마련된 뒤에는 목차 구성에 들어갔다. 책읽기에 관한 책이니만큼 독서에 관한 사자성어를 골라 원고를 그에 맞도록 갈무리했다. 크게 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 개권유득(開卷有得, 책을 펴면 얻는 바가 있다) / 독서삼도(讀書三到, 책 읽는 세 가지 방법) / 서중천속(書中千粟, 책 속에 있는 천 가지 곡식)의 4부로 나누어 각 글의 성격에 따라 책 읽는다는 것의 상상력과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싣고 저자 이권우와 함께 설명글을 실었다. 이렇게 해서 저․독자의 글과 출판사의 편집 기술이 합쳐져, 독자들과의 약속대로 2009년 10월 드디어『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을 출간하게 되었다.
호모 부커스가 꿈꾸는, 책읽기로 시작해서 책읽기로 돌아오는 세상
이 책의 심사평에서 심사단을 대표한 이권우는 응모작을 심사하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아무리 책을 안 읽는 시대라 하지만, 어딘가 진정한 달인들이 있으리라 믿어왔는데, 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책읽기는 책쓰기로, 책쓰기는 책만들기로, 책만들기는 다시 책읽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이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를 읽은 독자들이 자신들만의 독서론으로 책쓰기를 하고, 출판사는 그것을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책이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숨어 있는 호모 부커스들에게 읽혀져 또 다른 형태의 책읽기와 책쓰기와 책만들기를 만들어 내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권우의 말을 빌리자면 “호모 부커스들은 신종플루보다도 강한 전염성을 갖고 있으며 게다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깨닫게 하고 행복하게 한 책을 남에게 알리고, 자신만이 찾아낸 책 읽는 방법을 알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들은 “은밀히, 그러나 거대하게” 책읽기로 시작해서 책읽기로 돌아오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은 그 세상으로 책 읽는 모든 이를 안내하는 훌륭한 내비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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