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1.08.30 단재학교 교사 모집 광고글을 보다 본문
글은 관념의 드러남이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심상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잘 이해한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글을 쓴다면, 그런 글은 앵무새의 말처럼 공허하게 들리기만 할 것이다. 울림이 없고 의미도 없는 소음, 그게 담긴 글을 무엇 하러 보겠는가.
글을 지금껏 써왔지만,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쓴 건 아니었다. 내 마음을 글로 객관화하여 드러내려 쓴 것뿐이다. 글은 살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선후의 문제가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에 대한 생각이 글로 표현되어야 함에도 글로 표현된 게 내 생각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건 결론이 가능하려면 생각 그대로 가감 없이 글로 써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실상 글로 써지는 과정 속엔 취사선택(소재, 단어)이 있어 가감이 있게 마련이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걸러졌는데 어찌 객관적인 나의 속마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단 말일까. 그건 내가 결론을 조작해 놓고 그게 바로 나라고 주입하는 『메멘토』란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 오류 탓인지 내 글이 어떤 울림도 없었으며 나 자신에게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이걸 바로 잡아야 한다. 하고자 하는 말을 먼저 정하고 나를 맞춰가려고 하기보다 나의 이야기, 나의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어 내 모습에 공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를 드러냈더니 ‘이런 사람이라면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한다면, 그런 인연이야말로 진짜 인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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