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j.k 롤링 하버드 졸업식 연설 - 실패와 상상력 본문
조앤 롤링의 하버드대 졸업 연설을 들었다. 위트와 센스가 넘치는 연설이었다. 그건 삶의 깊이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던 것이리라. 주요 요지는 ‘실패를 많이 해보라’, ‘상상력을 키우라’라는 거였다(연설 보기).
의연하면서도 당당하다. 깊은 울림이란 실상, 깊은 절망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실패할 수 있는 마음가짐
실패의 경험을 이야기함으로 자신이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다양한 욕구 중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는 지 알 수 있었노라고 했다. 맞다 덩그러니 나만 남은 자리에선 당위나 의무마저도 별 것이 아닌 게 된다. 그 땐 오로지 내가 꿈꾸는 게 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건 환경이 거부된 현실, 나의 의지가 엇나간 현실에서 비로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롤링은 무사안일주의로 살지 말길 강권하며 그런 삶이야말로 실패한 삶이라고 단정 지었다. 삶의 모습엔 여러 형태가 있지만 평범함을 좇아 살아가는 인생은 어떤 거대한 흐름에 휘둘리는 삶이라 본 것이다. 거대한 물결에 휘둘리며 그게 편한 삶이고 안정된 삶이라고 자위하고 있으니 당연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꾸 실패, 실패 연발하지만 실패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일반적으로 쓰는 정의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롤랑의 실패는 그저 주어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을 통해 결론적으로 드러난 실패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실패란 말에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손 치더라도 방점은 ‘도전’에 찍혀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기에 맞서고 운명에 저항하며 편견에 돌팔매질 할 때, 실패는 영애로운 실패가 되는 것이다.
실패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도 현실로 다가온다.
상상력은 공감능력으로부터 발원한다
상상력을 지녀라. 이런 말은 누구나 하는 말이다. 특히 대기업 오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이다 보니 크게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그들이 말하는 상상력이란 교묘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롤링의 이야기는 확실히 다른 지점에 서 있었다. 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일을 했었다. 그 때 수많은 독재국가의 참상을 직접 경험하며 공감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공감능력은 타인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당연히 상상력이다. 우린 모든 사물, 심지어 무생물에게까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공감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상상력은 폭발하게 된다. 이 얘기 속의 상상력은 터무니없는 공상이 아님은 물론이다. 적극적인 세상에 대한 관심과 해석이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기 때문이다.
우치다쌤은 공감능력이란 '내 안에 너의 모습이 있다고 인정해야 할 수 있는 것(해당 글보기)'이라 말했다.
롤링의 한 마디,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요구하는 게 무언지도 알 것 같다. 지금껏 자꾸 ‘상상력을 지녀라’, ‘깊이 사고하고 넓게 보라’라는 말을 듣고선 그게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고민이나 생각을 하되 내 안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세상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어린 눈빛으로 모든 것을 대하고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나누며 관심 가지라는 것이다. 그럴 때 상상력도 생겨나니 말이다.
다른 문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에게서 이렇게까지 울림이 있는 연설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대작가는 괜히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면의 응축된 어떤 것이 결국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 세상에 인정받게 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사회 분위기 상 청춘이 모든 시련과 고통(사회구조상 받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교묘히 감추고)을 무한히 인내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만, 그걸 롤링 식으로 해석해보면 청춘이기에 들끓기에 타오르는 열정으로 금기와 한계에 부딪혀 좌충우돌하며 겪는 아픔을 이야기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것이야말로 적극적으로 실패하려는, 아픔을 경험해 보려는 자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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