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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스크랩 - 꿈을 살고 삶을 꿈꾸는 영화 by 아이유 (퍼온 내용임) 본문
인셉션의 감독은 이젠 당연하게도 거장이라 불릴만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입니다. 약간의 말장난을 섞어 이 영화를 표현하자면 '놀란의 놀랄만한 논란거리'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봉 후 6개월 가까이 지났는데도 국내외 여러 영화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언급이 되는 걸 보신다면 이해가 좀 더 쉬울까요.
이 영화는 꿈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꿈이라는 것이 일상적인 것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기한 점이 참 많습니다. 분명히 내가 어디선가 경험한 것들이 꿈속에서 등장하는 것일텐데 어떤 장소는 전혀 와본적이 없는 생소한 장소이기도 하고, 생각도 않던 사람이 나와서는 나중에 그 사람만 보면 묘한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꿈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면 놀라실 수 있는데, 자각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꿈을 꾸는 도중에 자신이 꿈을 꾸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너무 생생해서 꿈이 아니라 현실인 줄 아는 상태를 넘어서서 꿈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자각몽에서 가장 흔한 행위인데, 자신이 난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경험이 없더라도 뇌에서 '하늘을 날면 이런 기분이 들겠지' 하고 계산을 한 뒤에 롤러 코스터를 탔을 때의 기분등이 조합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상대방에 꿈속에 침투해 정보를 빼오거나 삽입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뇌는 꿈을 생성함과 동시에 인식하지만 꿈을 꾸는 사람은 그걸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생성과 인식 그 과정 중간의 틈으로 잠입하는 것이 상대방의 무의식을 조작할 수 있는 열쇠인 것입니다.
이 외에도 영화 내에서의 꿈에대한 여러가지 설정들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꿈의 공유입니다. 꿈을 혼자 꾸는 것이 아니라 여러명이 한 꿈에 접속하여 꿈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놀란 감독의 '꿈 연구' 동영상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일반인들은 보통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꿈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자각몽을 유지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양성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나지 않고 오랜 시간 머무를 수도 있을 뿐더러, 심지어는 꿈 자체를 변화시키는 힘도 지니게 됩니다. 군 당국에서는 이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꿈을 좌지우지하며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만약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꿈 안으로 들어갈 경우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군 당국은 이 프로그램을 '프로젝트 Somnaci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다수의 피실험자들이 하나의 꿈 속에 접속이 가능하다고도 합니다."
프로젝트 솜나신을 발전시켜 휴대용으로 만든 것이 바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드림 머신' 입니다. 공식 명칭은 Portable Automated Somnacin IntraVenous = PASIV device 랍니다.
드림머신 소개 홈페이지: http://www.pasivdevice.org/
둘째는 꿈은 그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무의식들로 채워진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속의 사람들과 대화를 해서 정보를 얻거나 금고같은 공간을 만들어 두면 그 속은 꿈을 꾸는 사람의 비밀로 채워집니다.
셋째는 꿈속의 꿈입니다. 아마 한번쯤은 경험해보셨을 듯 한데,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꿈을 단계별로 구상하고 가장 깊은 단계에서만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나옵니다.
넷째는 꿈 속에서의 시간의 흐름입니다. 1단계 꿈에서는 현실의 5분이 1시간입니다. 단계가 깊어질수록 현실 대비 꿈 속에서의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림보 상태에서는 불과 몇시간이 수십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섯 째는 킥입니다. 꿈을 꾸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실에서 물에 빠지거나 넘어지게 되면 그것을 느낄 수 있고 꿈에서 깨게 됩니다. 또 꿈 속에서 죽게되어도 꿈에서 깬다고 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는 도중 의문을 가진 부분은 '죽어봤자 꿈에서 깰 뿐인데 어떤 식으로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진정제를 투약한 상태에서 죽게 되면 꿈에서 깨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무의식의 영역인 림보로 빠지게 됩니다. 다른 단계의 꿈들과는 다르게 림보는 꿈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없습니다.
이 림보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폐증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아마 이런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만의 세계에 갇혀 어떤 것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가 없어 혼동스러운 상태 말입니다.
영화 막바지에 주인공인 코브는 사이토를 림보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둘은 서로를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이토는 코브에 비해 엄청 늙어있습니다.
먼저 림보를 진입한 것은 분명히 코브이므로 림보라는 걸 알고 일부러 진입한 코브의 시간이 현실과 림보를 구분할 수 없는 사이토의 시간보다 느리게 흘렀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브는 사이토에게 다시 돌아가자고 말하고, 사이토가 총을 집으려는 순간 비행기 안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서로를 쳐다보다가, 코브는 집으로 가게 되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토템을 돌려보게 되고 이 토템이 멈출듯 말듯 할 때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 결말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추측들이 있었습니다.
a.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범한비즈니스맨'설)
b. 유서프를 만난 이후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유서프지하실-꿈'설)
-지하실에서부터는 마지막 부분까지 더 이상 토템을 돌리지 않음.
c. 인셉션은 사실 코브가 타켓이었다. ('인셉션-코브타켓'설)
d. 코브는 인셉션을 성공하고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인셉션-노멀엔딩"설)
e. 엔딩은 림보에 갇힌 코브의 꿈이다. ("코브-림보"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무수히 많은 결말에 대한 가능성을 감독이 의도적으로 열어둔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추측하는 결말마다 그에 따른 적절한 근거가 있고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코브가 림보에서 꿈을 꾸고 있는지, 현실로 복귀한건지는 중요치 않고 다만 현실의 실존에 대한 의문 그 자체가 이 영화의 결말이고 주제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결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느낀 부분은
1. 팽이가 멈추지는지 계속 돌아가는지 보여주지 않은 점
2. 팽이가 멈출때까지 집착하던 평소 코브와는 달리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렇지 않은 점
3. 제임스와 필리파의 옷이나 노는 장소가 매우 비슷하지만 다른 점
4. 코브의 반지를 통해 꿈과 현실을 구분지으면서도 마지막에는 손의 노출을 최소화 한 점
5. 사이토가 총을 쐈는지 안쐈는지 보여주지 않은 점
6. 엔딩 크레딧 끝에 꿈에서 깨는 용도로 쓰인 '킥' 음악 'Non, Jene Regrette Rien'이 나오는 점 등 입니다.
즉, 정리하면 이 모든 것이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하기 위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치밀하고 정교한 장치라고 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제 무의식에는 이미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인셉션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 내가 꾸고 있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그 모호함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by 아이유 (http://www.etorrent.co.kr/bbs/board.php?bo_table=review&wr_id=212&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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