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우치다 타츠루 세종강연 - 질의응답 본문
교육정책의 실패를 교사의 무능으로 돌리다
Q
합리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교사의 느슨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느슨한 연대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A
정반대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교장이 단일한 교육방법, 교육이념을 고집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작년에 일본은 학칙 개정을 통해 대학 교수의 권한을 빼앗아 학장이나 총장에게 모두 줘버렸다. 교수의 인사권이나 평가권을 모두 총장이나 학장이 정하도록 했고, 그렇게 해야만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대학을 주식회사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런 방향이야말로 지금껏 말한 교육과는 완벽하게 반대되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한국도 지금 점차 대학을 주식회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온 힘을 써서 저항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왜 갑작스레 학칙개정을 했냐면 그건 25년 간 문부성이 했던 교육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책이 실패하며 학력은 떨어졌고, 학생들은 무기력해져 갔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교사들이 정책대로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며 책임 전가를 하고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쌓기에 바빴다. 그래서 교사들의 권한을 빼앗고 상명하복식으로만 해야 한다며, 그런 정책을 더욱 밀어붙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기술적인 방식으로 결정권을 빼앗던지, 월급을 깎던지, 여러 상황으로 교사의 입지를 좁혀 따르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니 현장에서 교사들을 만나면 매우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교사들이 정책을 따르지 않아 교육이 엉망이 됐다’는 식으로 교사들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우습게도 교육관료조차 그런 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자신들도 억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보니 교원을 처벌하는 방법 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평가는 똑같은 얼굴과 말투의 교사집단을 만들었다
Q
교육평가를 시행하니 나태한 교사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변화가 있었다면, 또는 없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교육평가를 도입하자 나태한 교수들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문제는 다 똑같은 얼굴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자기 앞에서 너무나 엄청난 일이 일어났기에 발생했기에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일본의 대학교수들은 패배주의에 빠져, 겉으론 예스맨이 되어버렸지만 힘은 빠질 대로 빠져 있다.
그들에게 교사단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고, 설혹 그 말에 감명을 받은 사람조차도 그걸 실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한 명씩, 두 명씩 감명을 받아 조금씩 변화해갈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제가 쓴 모든 책의 내용이 국어교과서에 실렸으며, 입시문제에도 출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 활용하는 건 교사들이니 나름의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반지성주의’라는 책의 내용이 지성주의를 강하게 외치는 도쿄대 입시에 출제되기도 할 정도다. 일본의 가장 병적인 교육문제를 직설화법으로 다룬 책이 그런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면 된다
Q
강의 내용이 교사의 다양성에 대한 얘기였는데, 그렇다면 학생의 배움에 대한 다양성도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흥미도 다양하고 가치관도 다양하다. 그럴 때 비록 소비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해도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 교사가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쳐야 하는지 알고 싶다.
A
옳은 가르침이란 없다.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면 되는 거다. 내가 가르치지 못하는 건 다른 교사가 할 테니 말이다. 자기 혼자서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만큼은 내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 가르치면 된다. 교사들은 팀으로 움직이니 괜찮다.
한 인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어려서 만났던 교사, 그리고 앞으로 만날 교사를 모두 한 눈에 넣어 생각하면 편하다. 아이가 어떤 배움에 의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가장 합리적인 교육방법은 다양한 교육방법과 다채로운 교육기술로 가르치는 것이다. 문학, 음악, 락과 같이 여러 가지 과목들이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니 교사는 다른 것까지 완벽하게 하려 애쓰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확신하며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교육붕괴는 일상이 되었다
Q
12년 전에 일본에서 선생님들에게 반항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에서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동안 일본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
A
학급붕괴는 처음에 대학에서 먼저 일어났다. 80년대 고등학교로 내려왔고 지금은 초등학교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더 안 좋아져서 학급붕괴의 전면화, 핚급붕괴의 일상화라 표현해도 될 정도다. 자는 아이가 있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어도 그걸 보면서 제지도 못할뿐더러, 아무런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 선생님들만 살아남았다. 가장 이상적인 교실의 모습은 지금처럼 제가 얘기하면 집중해서 듣는 모습일 텐데, 일본에 그런 학교는 5%도 되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땐 모두 집중하며 듣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완벽히 무너졌다. 그 당시는 모두 가난하니, 누군가를 제치고 올라가려하기보다 서로 도와주는 사회적인 분위기 덕에 그런 수업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가난하고 고통스러울 때 사람들은 단합하려 하지만, 지금처럼 부유해지고 점점 경쟁이 가속화될 땐 이기기 위해 발로 차버리는 걸 당연하다고만 생각한다. 사회적인 부가 교육에선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다.
'후기 > [후기]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형술 한시 특강 - 목차 (0) | 2018.11.18 |
---|---|
우치다 타츠루 현천고 강연 - 질의응답 (0) | 2017.04.12 |
우치다 타츠루 세종강연 - 1. 녹취록(교사단의 관점에서 교육 낯설게 보기) (0) | 2017.04.12 |
아마추어 사회학: 0. 강의 정리 (0) | 2016.10.18 |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 - 14. 목차 (0) | 2016.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