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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정보]돈은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미숙의 『호모코뮤니타스』 강의) 본문

책/[책]좋은 글은 심금을 울린다

[정보]돈은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미숙의 『호모코뮤니타스』 강의)

gunbbang 2011. 11. 30. 07:22

같이 공유하고 공부하고 싶은 동영상이기에 '그린비출판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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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7일, <수유+너머> 남산에서 열린 고미숙 선생님의 특별 강의 ‘돈과 삶’입니다. 강의 내용을 직접 들으시면서, 돈과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의 영상을 보신 이후에도 고미숙 선생님께서 읽어주셨던 박노해 시인의 시를 소리내어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건너뛴 삶
- 박노해

오늘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은
시간과 함께 스스로 물러간다
쓸쓸한 미소이건
회한의 눈물이건

하지만 인생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건너뛴
본질적인 것들은 결코 사리지지 않는다

담요에 싸서 버리고 떠난 핏덩이처럼
건너뛴 시간만큼 장성하여 돌아와
어느 날 내 앞에 무서운 얼굴로 선다

성공한 자에겐 성공의 복수로
패배한 자에겐 붉은빛 회한으로

나는 내 인생의 무엇을 해결하지 못하고
본질적인 것을 건너뛰고 달려왔던가
그 힘없이 울부짖는 핏덩이를 던져두고
나는 무엇을 이루었던가

성공했기에 행복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마라
아무도 모른다
성공을 위해 삶을 건너뛴 자에게는
쓰디쓴 삶의 껍질밖에 남겨진 게 없으니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부와 평화, 자유, 민주주의 등 사회적인 가치는 공통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지요. 대개 두 단계의 범주만 생각하기 때문에 생명의 원초적인 뿌리, 생명의 바다라 부를 수 있는 삶의 근원적인 단계까지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삶의 근원적인 단계란 모든 생명들, 심지어 무생물까지도 다 연결되어있는 존재론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순환적인 활동들이 포함되는 것이지요.

『임꺽정』에서는 청년 백수들이 광목을 몸에 두르고 다니며 밥값을 계산하기도 하고, 숙박비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에 다원적인 가치가 존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화폐만이 가치를 가집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중산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그러한 가치 기준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못 쓰기 때문에 가난이 수치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살 것인가,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돈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가진단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돈에 끌려 다닐지도 모릅니다. 자가진단을 위해서 자신을 통찰하고, 자신을 통찰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공부가 필요합니다. 물질적인 부(副), 사회적 가치, 생명의 근원, 이 세 개의 차원이 교차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삶을 일궈야 하기 때문입니다.

돈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때, 왜 삶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가장 원초적인 생명의 근원적인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의 무의식을 통찰한다는 것은 이러한 근원적인 부분을 깨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힘을 끌어올려서 몸을 구성하게 되면, 자신이 왜 외부와 소통이 필요한지 확실해집니다. 우리가 우주적인 연동 속에 놓여있다고 깨닫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사랑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고민들이 필요 없는 것이죠. 생명을 가진 존재로 태어난 이상 무조건 소통해야 하고, 가족이나 내 주변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과도 소통해야 한다는 자각, 그것은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자, 예수, 부처와 같은 인물들이 왜 가난했을까요? 왜 비워야만 하고, 왜 비우라고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우주적으로 소통했을 때 도달하는 지혜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계속 생명이 죽고 태어나는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가 극점인 요즘, 존재의 뿌리와 연동되어 살아야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것이 시대가 주는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기 주체적으로 돈을 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돈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삶의 서사를 만드는 데 돈을 쓰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정리 웹기획팀 이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