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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경쟁이 아닌 only 1을 위한 교육 본문

건빵/교육이란

경쟁이 아닌 only 1을 위한 교육

gunbbang 2013. 11. 29. 11:15

오늘은 좀 황당한 상황을 들었기에 글을 쓰고자 한다. 아무리 여러 생각을 덧보태고, 세상에 대한 다양한 꿈을 꾼다 해도 현실이란 벽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감정이 격한 상태로 글을 쓰느니 만큼 너무 감정적이 되더라도 양해 바란다).

 

 

 

교육은 가능성을 키우는 것

 

아는 지인의 자식이 이번에 과학고 면접을 봤다. 양일간 진행된 면접은 나름 신선했지만, 도대체 무엇을 판단하는지 알지 못했다. 첫째 날은 인성 테스트였고, 둘째 날은 과학적인 상식 테스트였다. 첫 날에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한 것과 둘째 날에 “~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불확실한 답변을 한 것을 지적 받았다. 그건 어찌 보면 정형화되지 않았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느냐는 그 사람의 시선에 달린 문제였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떨어졌다는 절망감에 둘 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재수할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결과는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꼭 뭐든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안 좋은 결말을 예측하고 그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은 설레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 그럼에도 합격하리라하는 생각을 했다. 그 아이의 경우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고,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대답이 아닌 그 사람이 녹아나는 대답을 하였기에 충분히 함께 교육을 할 만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쯤에서 평소에 생각하던 교육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교육은 이미 잘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북돋우며, 가능성이 없는 사람에게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가능성이 충분(면접관이 아니기에 분명 객관적인 판단은 아니다)하다고 판단했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험에 떨어졌다. 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저버리고, 쉬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소위 엘리트 학교, 또는 일류대학교가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뽑기보다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재를 뽑는 경우에 대한 여러 얘기가 나오던데, 딱 그 꼴이었다.

 

 

 

과학고는 신분상승을 위한 통로일 뿐

 

과학고를 지원했는데, 그 땐 분명히 그런 말을 했었다.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기에 과학고에 지원했다.”라고 말이다. 어떤 부모의 말과도 분명히 같은 말이다. 경쟁으로 밀어 넣으며 어떤 부모든 하는 그 말이다. “아이가 원하니 하는 거예요. 호호호~”

하지만 떨어지고 나서야 그 진심이 나왔다. ‘과학고에 가면 일류대학교에 손쉽게 들어간다. 하지만 일반고에 들어가면 치열한 경쟁을 하고 나서도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일류대학교에 손쉽게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재수를 하는 방법도 있다는 완곡한 어조의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내가 간섭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과학고를 다니면 학교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게 되지만, 일반고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도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그건 그냥 무미건조한 어조의 프라이드가 아니라, ‘엘리트 의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엘리트 의식의 기초는 남과는 다르다는 차별성이며 너흰 찌질하고 난 낫다는 분별 의식이다. 과학고에 다니는 아이들이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프라이드란 말로 채색하여 그걸 뒷받침 해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문제는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던 순간이다. 결국 누구 할 것 없이, 하나의 획일적인 진로만 있으며, 그걸 당연시 하는 논의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교육? 놀면서 좋은 대학 들어가는 곳?

 

대안학교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동시에 든다. 대안학교의 기치는 분명 주류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그 때 가장 문제시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교육이 수단화되었다는 것이고 교육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의미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때 배운다는 것은 단지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환경을 쟁취하기 위한 것뿐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쟁취할 수 있고, 그 가능성이 열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평가 기준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성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상 교육은 그런 희망사항을 철저히 배신하며, 승자독식을 당연시 하고 잘 따라오는 이들에겐 엘리트의식을 심어주고 그 외의 이들에겐 세상이 그러니 별 수 없어라는 패배의식만을 심어준다. 누가 이걸 정상적인 교육의 가치라 할 수 있을까?

 

2013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합격자 중 서울 지역 일반고등학교 출신 187명 가운데 131(70.1%)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대로부터 받은 '2011~2013학년도 서울지역 전형별 신입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서울지역 일반고 학생 187명의 출신 고등학교는 강남구 90(48.1%), 서초구 27(14.4%), 송파구 14(7.5%) 순이었다. 2011~2012학년도에 강남3구 출신 학생이 각각 54.3%, 57.7%였던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

2013학년도 수시 일반전형 역시 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 50.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2013학년도에 강북·구로·금천·성동·은평·중구 등 6개 지역에서는 정시 합격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머니투데이, 서울대 '강남출신' 득세 소식에 누리꾼 '갑론을박', 2013.11.19 09:57

 

 

이런 기사를 보면 흔히 역시 교육 일번지인 강남에 가야 된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다른 지역 아이들은 영 공부를 안 하나 봐라고 비난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고 영구적일 수도 없는 결과다. 이건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 그만큼 교묘하게 교육제도와 입시제도가 어떤 계층에게 유리하게 바뀌어 왔는지 보여주는 예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더 이상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그리고 성취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없게 바뀐 것이다. 그런데도 백전백패의 길로 밀어 넣으며 아이가 원해서요.’라는 말을 하는 건 기만이지 않을까.

대안교육도 이런 패러다임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학부모들에게 있어서 대안교육은 행복한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일류대에 가는 것일 뿐이다. 경쟁주의에 반대하지만, 결국 경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건 말만 돌렸을 뿐, 결코 경쟁에 반대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극단적으로 말해 더 교묘하게 경쟁을 부추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과연 다른 대안은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고, 그렇다면 할 말이 궁해져 어쩔 수 없이 경쟁에 가야 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을 늘 염두에 둔 자의 궁색한 말인 것이다. 이상은 언제나 사치고 현실만 정상적인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마음 아프고, 암담하고, 짜증나던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