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2.10.03 단재학교 1년 본문
‘기록되지 않은 삶은 스쳐간 풍경 같다’
기록이 되었기에 1년 전의 그 날은 각인된 무엇이 되었다. 선명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희뿌연 하지도 않다. 서울로의 상경, 그건 내가 늘 바라던 것이었지만, 갖춰지지 않은 채, 정해지지 않은 채 올라와야 된다는 건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시월에 올라왔다.
첫 날에 한택식물원에 갔던 게 생각난다.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 그 모든 게 나에겐 과제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품을 수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안학교의 자유분방함은 충격이었고 일과시간을 여행이나 놀이로 보낼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 아니다 아니다 해도 제도권의 그 틀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일 년이 지난 지금 회상해보면 그 시기는 ‘부평초처럼 정확하지 못하고 떠다닌 불안정한 시기’였다. 그래서 떨쳐져 나가지나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던 게 사실이다. 그와 더불어 ‘포의환향’이란 말도 만들어 썼을 정도이니 위기감을 어느 정도 알 것이다.
그 땐 교사도 아니었고 직원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이들도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던 시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당히 교사로 인정받고 있고 나름 ‘건빵’이란 닉네임이 정착되었으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얼마나 상전벽해 같은 이야기인가. 1년 동안 난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축복을 잔뜩 얻었다. 삶이 나에게 준 행복은 내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또 가능하다는 깨달음이다.
변태, 애벌레에서 나비로.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만족스러운 순간인 것이다.
애썼다.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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