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대안학교 교사 모임 후기 - 잘 노는 대안학교 교사가 되자(15.07.17) 본문
▲ 학교 밖 지원센터에 떠있던 모임 안내글.
대안학교 교사들의 방학 중 1박2일 모임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이런 식으로 네트워크 학교가 만들어지기 전엔 몇몇 학교의 교사들이 친목도모를 위해 자연스레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땐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편하게 수다를 떠는 모임이었을 테지만, 이젠 시간이 흐르며 네트워크 학교가 결성되었고 그걸 모두에게 개방하기에 이른 것이다.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상당히 부담이 되었다. 솔직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랜만에 어색한 분위기를 감내해야 하는 게 신경 쓰였다.
학생들의 수업은 2시 정도에 끝났다. 원래는 볼링을 치러 가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으로 미루어지면서 하교시간이 당겨진 것이다. 하지만 5시에 상담이 잡혀 있어서 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보통 상담을 하는 경우 1시간 가까이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니, 당연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흐르게 마련인데, 이때는 30분 만에 끝났다. 중학교 2학년 아이인데 아이도 학교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도 그건 마찬가지여서 월요일에 가는 여행에도 함께 가기로 했다.
5시 40분쯤 학교를 나와 잠실역까지 걸어서 갔고 거기서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 도착하니 6시 40분이더라.
웃고 떠들 수 있는 어색한 동지들
이미 지하실(식당)은 왁자지껄했다. 일층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자연스레 들렸다. 오늘 일정은 2시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일찍 온 선생님들은 그들끼리 이미 어울렸던 것이다. 저녁은 비빔밥이었는데, 지하에 내려가서 겸연쩍게 인사를 하고 산나물 선생님이 앉아 계신 테이블에 같이 껴서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어색을 감수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번에 모임 준비 위원회에 참여했을 때도 어색하긴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선 더욱 그랬다. 아마도 이미 친한 사람들이 있다 보니, 그런 느낌이 더욱 들었던 것 같다.
밥을 먹고 레크리에이션을 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있었다. 그 때 승태쌤이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나도 낄 수 있었다. 그 학교는 은평구에 있는 씨앗학교라고 한다. 세 명의 선생님들이 있고, 규모적으로는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더라. 하지만 학생 모집이 잘 되지 않아, 지금까지는 정규모집만 있었는데, 이젠 수시 모집도 할 생각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대안학교들이 처한 현실은 어찌 보면 녹녹치만은 않은데 여러모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조금 친해졌다
8시부터는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다. 대표자를 앞에 세우고 이길 것 같은 사람 뒤로 냉큼 서면 한 팀이 되는 거였다. 게임은 각 사람의 이름을 넣어 빙고를 만들고 이름이 호명되면 일어나 가져온 책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그냥 모임에 참석하면 되는 줄만 알았다. 책을 가져오란 내용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승태쌤에게 얼핏 책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부랴부랴 근처에 있던 책 중 한 권을 뽑아들 수밖에 없었다. 빙고 게임에선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빙고가 5줄이 완성된 후에야 이름이 불리지 않은 사람들은 앞에 나가 책을 소개할 수 있었다. 3명의 교사가 나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책을 소개해야 했다.
첫 번째 게임이 끝났을 때 갑자기 코피가 나는 바람에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코피가 멎은 후에 지하로 돌아와 보니 이상한 게임을 하고 있더라. 폭탄 또는 3을 외치면, 두 사람이 손을 잡아 링을 만들고 그 링 안에는 한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게임이었다. 즉 3명이 모여야 하는 게임으로 자연스레 손도 잡게 되고 신체도 접촉하게 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원래 그런 게임이 있는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물게 하는 게임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게임은 ‘진압하라’라고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게임이었다. 한 팀 전체가 바닥에 눕는다. 그러면 반대팀이 일제히 달려들어 그 사람들을 구석까지 당겨오면 되는 게임이다. 모든 사람들이 구석까지 오게 되는 시간을 체크하여 적게 걸린 팀이 이긴다. 이 게임에선 얼마나 몸을 살벌하게 비비 틀면서(어린아이가 생떼 부리듯) 다리를 잡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한 팀씩 건너가며 하고선 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게임 뒤엔 팀별로 4명이 나와 런닝맨식으로 각 라운드별로 통과하여 4단계를 한꺼번에 통과해야 끝이 나는 게임을 했다. 한 명이라도 중간에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니, 극악의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유발된다. 1번 타자는 윗몸 일으키기를 10개하고, 2번 타자는 티슈를 불어 선 밖까지 밀어내야 하며, 3번 타자는 슬리퍼를 머리에 인 바구니에 넣어야 하고, 4번 타자는 코끼리코로 열 바퀴 돈 다음에 5초 안에 공을 차서 골대에 넣어야 한다. 난 어찌 어찌 하다 보니 3번에 배치되었고 운동신경이 거의 절망수준에 가깝기에 바짝 얼어붙었다. 더욱이 이 게임은 한 명이라도 실수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에 상상 이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내가 그걸 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한테 기회가 두 번 정도 왔는데, 두 번 모두 성공했고 급기야 두 번째 성공했을 땐 4번째 타자까지 성공하였기에 1등으로 게임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팀의 ‘구멍’이 되지 않았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마지막 게임은 방석을 깔아 빙 둘러 앉고 원의 가운데 방석에 앉은 술래가 “바꿔!”를 외치는 것이다. 그걸 위해 ‘사과’, ‘포도’, ‘배’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술래가 “사과 바꿔!”라고 말하면 사과를 선택한 사람은 어떻게든 자리를 옮겨야 한다. 그 때 술래는 빈 방석을 차지하고 동작이 느린 사람은 다시 술래가 되는 방식이다. 조건은 여러 가지로 걸 수가 있다. ‘남자 바꿔!’, ‘양말 신은 사람 바꿔’ 등등 무궁무진하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레 자리를 바꿔가며 여러 사람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궁금하니 뒷풀이
게임이 끝난 후엔 뒷풀이가 진행되었다. 통닭과 홍어무침과 견과류, 그리고 방울토마토까지 완비되고 온갖 술들이 배치되었다. 모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때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한 홍준호 선생님, 돈보스코 영상특성화 학교 선생님, 삼각산 재미난 학교 대표교사님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쯤 되면 무슨 생각으로 사람들은 살고, 어떤 마음으로 대안교육 현장에 있는지 궁금했기에 그러한 얘기들을 주로 나눴다. 특히 삼각산 재미난 학교 대표교사님과는 꽤 긴 시간이야기를 나눴다. 장애와 통합교육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는 것, 회의할 때 시간을 정해두고 발언하게 한다는 점, 교사를 뽑을 때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채용 후엔 다시 연락하여 학교에서 필요한 인재인 경우 강사로 참여하여 함께 하는 분도 있다는 것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어느덧 11시가 넘어가고 있더라. 1차 뒷풀이는 거기서 마무리 짓고 잠시 자리 정돈을 하며 청소까지 한 후에 2차 뒷풀이를 할 사람들은 남아서 계속 얘기하고, 잘 사람은 올라가서 자면 되었다. 그 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집에 가기도 했기에 나도 그 행렬에 같이 끼어 집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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