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돈이 돈다~ 본문
지금은 2010년 4월이고 난 중앙도서관 4열람실 4번 자리에 앉아 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시계를 보면서 ‘햐~ 오늘은 4월 4일이네. 여기에 4시 44분 44초가 되었을 때 시계를 보면 재수 더럽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조합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덧붙여 ‘4월 4일, 4시 44분 44초에 4번 열람실 4번 자리에 앉아 공부했다’라고 할 수 있으니까. 이건 뭐 재수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옴 붙었다’고 할 만하다.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으면 누구나 쉽게 그렇다고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같은 문화권에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서양 사람들은 좀 의아해 할 것이다. 왜 그런 논리 전개가 가능하냐고 따져 물을 지도 모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四’를 음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死’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 관념 자체를 의심해볼 수 있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이 논리 전개는 순식간에 뒤집혀 진다. ‘四’를 ‘事’로 생각한다면 일이 많은 하루이거나, 누군가에게 대접 받는 하루로 성격이 바뀔 것이고 ‘賜’로 생각한다면 높은 분에게 좋은 것을 받는 하루로 생각해 볼 수도 있으니까. 같은 논리라는 한계는 있지만 어찌되었든 그 연결 고리만 바꿔줘도 우리의 걱정은 괜한 걱정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초반부터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은 것은 돈만큼 고정관념이 확실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고정관념이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有錢無罪인 상황도 많고 돈 때문에 사람이 자신의 신념도 버리는 상황도 많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돈의 양’이 그 사람의 가치를 나타내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악착 같이 돈을 벌고 또 그 돈으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부동산 투기, 개발 광풍, 교육으로의 투자 등이 돈을 투자하여 그 이상을 뽑아내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이다.
그쯤 되면 돈은 돈을 낳고 사람은 그 돈의 증식을 도와주는 하인이라 할 만 하다. 그렇게 모아지는 돈이 기쁨을 줄 수 있을까? 자본의 욕망엔 만족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잠시 행복, 긴 불행이 뒤따를 뿐이다. 10억이 있건 100억이 있건 그건 1000억, 10000억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금액이니까. 돈이 불어날수록 충만감보다는 더 큰 결핍감만이 느껴진다.
올해 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모았다. 이 정도 되면 만족하고 정말 내가 하고 싶던 일을 찾아서 할만도 하다. 물론 몇 십만원도 없어서 빌빌거리던 때의 나라면 말이다. 하지만 돈이 불어나니 오히려 더 욕심만 생기며 더 아껴 쓰려고만 하는 것이지 않은가? 이런 마음이 한 부분이고 또 다른 부분은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데 평소에 가지고 싶던 것들이 사고 싶다는 거다. 자전거가 아직도 쓸만한데도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고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살 수 있는 돈이 있으니 어떻게든 쓰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거다. 이 두 마음 다 돈이 유포하는 가치관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돈이 증식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필요에 의한 구매가 아닌 허영에 의한 구매욕.
내가 번 돈일지라도 그건 단지 한 순간 내가 소유하게 된 것에 불과할 거다. 난 돈이 모여드는 창구가 아니라 돈이 유통되는 통로여야 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것이 돈이 어느 곳으로 흘러가게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움켜쥐면 한 푼의 돈에 불과 할테지만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흘려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생명력 있는 힘이 될 테니까. 그런 내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겠다.
<읽어볼만 한 책들>
1. 상처받지 않을 권리 - 강신주 著
2.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고미숙 著
'건빵 > 건건빵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 - 1. 임용시험은 꿈에 불과했다 (0) | 2010.11.13 |
---|---|
스펙 그거 뭐에 쓰는 건가요? (0) | 2010.08.21 |
나의 애마, HOUND 500 (0) | 2009.04.06 |
[4월 3일] 나의 꿈이 무르익는 곳 (0) | 2009.04.03 |
소통의 가능성 (0) | 2009.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