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편집자 준비 - 내가 만들고 싶은 책 본문
뜬금없다고나 할까. 늘 읽기만 하던 입장이었기에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하기만 했지, 내가 어떤 책을 만들까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이런 식의 질문을 들었을 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생각도, 고민도 해보지 않았는데 적당히 둘러대는 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려는 이유는 내가 지원하려는 출판사에서 제시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실상 내가 가장 고민해야 할 화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원하려는 출판사의 모집기간은 끝났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편집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이상, 이런 고민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고 나의 방향에 대한 것이기에 힘들다고,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략할 수도 없다. 이제 첫 걸음을 내딛는 때이니만치 치열하고 심도 높게 고민하고 경험해 보려 하는 것이다.
건빵이 만들고 싶은 책이란?
막상 이런 식으로 쓰고 나니, ‘만들고 싶은 책’이란 게 갑자기 나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책, 그래서 사고 싶은 책, 그리고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야말로 어찌 보면 만들고 싶은 책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나의 의식에 집중하며 이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
‘울림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기껏 시간 내어 읽었는데 아무 도움도, 깨달음도 없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울림이란 심리적인 갈등상황을 만들어 내 존재를 전복시키는 충격일 수도 있고 새로운 희망을 움트게 하는 깨달음일 수도 있다. 나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책으로는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와 『바람의 딸~』 등이 있고, 깨달음을 준 책으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개밥바라기별』 등이 있다.
그리고 지식에 대한 갈급함 때문인지, 하나하나 배워가는 책으로는 ‘다시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기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릿흐릿해지기에 다시 보고 싶은 책도 있고 피상적인 지식으로 읽다가 막상 그와 유사한 상황을 만났을 때 다시 보고 싶은 책도 있게 마련이다. 모르는 것을 알게 해줬던 책으로는 『엄마가 들려주는 한국사 이야기』와 ‘그린비 출판사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가 있고, 상황에 닥쳐 다시 보고 싶은 책으로는 『사랑의 기술』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있다. 실제로 매년 반복해서 읽는 책 중엔 『어린왕자』와 『삶이 철학을 만나다』, 『효경한글역주』가 있다.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에 또 읽고 또 읽는다. 이런 것으로 봤을 때, ‘다시 보고 싶은 책’이란 독자의 감수성에 따라 무한히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는 빈틈 가득한 책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길을 알려주는 책을 만들자
이런 것들을 기초로 책을 만들고 싶다. 관심 있는 분야는 ‘교육’, ‘사회과학’, ‘인문학’이다 보니 당연히 이쪽 분야에서 기획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시하여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경력과 이력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든, 한 시리즈로 기획하여 출간하든 했으면 좋겠다. 부제나 시리즈의 제목은 ‘괜찮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봐~’쯤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고전의 한 부분 한 부분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해주고 바쁜 샐러리맨들이 고전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만약 행복이란 게 별스러운 게 아니라면, 아침에 눈을 뜰 때 싫지 않은 것, 하루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싫지 않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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