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다르다 창간호 - 2. 시작에 대한 기대 본문
『다르다』 이야기는 예전부터 얼핏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 준규쌤은 넌지시 “선생님에겐 『다르다』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만 하셨을 뿐 본격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콩쌤이 나가시면서 계획이 흐지부지 되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오늘 드디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준규쌤의 광고가 시작됐고 거기에 한 마디 덧붙이셨다. “그걸 도와줄 선생님은 이종환선생님입니다.”라고 말이다. 순간 깜짝 놀랐다. 부담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여기엔 두 가지 감정이 같이 있다. 하나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기에 ‘막막하다’는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내 생각대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다. 따라야 할 기본 베이스가 없다는 건, 이렇게 상반된 느낌을 낳은 것이다. 나도 ‘얼찜’에 맡게 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었다. 바로 그 날 면접을 봐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면접까지 봤다. 맙소사~ 내가 면접이라니~
물론 형식적인 면접이었다. 하지만 난 형식적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의욕이 앞섰기 때문이고 면접관의 특권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지민이 말대로 ‘주어진 일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었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열심히 하려 할 때 의미는 사라지고 당위성만 남게 마련이다.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의 죄수 역, 간수 역을 맡은 일반인들, 『바르게 살자』의 정재영은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뿐, 결국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러니 어느 순간 현실은 꼬여가고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나의 모습에서도 그와 같은 ‘맹목성’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의미를 잃지 않았다. 난 단지 아이들의 의미를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면접을 끝내고 후기를 올리면서 꽤나 힘들었다. 무언가 객관적인 자료로 남긴다는 건 힘이 배로 들기 때문이다.
9명이나 되는 편집부원이 생겼다. 너무 많아서 이걸 어떻게 운용할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나로 인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자꾸 그 사실을 잊고 전면에 나서 끌어가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生而不有’일 때 ‘無爲’할 때 최고의 『다르다』가 나올 줄 알면서도 자꾸만 내 의욕만 앞세우고 있다. 그럴 때 『엑스페리먼트』는 색다른 게임이 될 수 있으며,『바르게 살자』는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역할만 앞세우면 관계는 틀어지고, 문제도 생긴다.
어젠 팀을 나눴고 이야기도 나눴다. 많은 인원이 한 방에 모여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게, 그리고 무언가 의미를 끄집어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어젠 팀을 정하면서도 각자의 역량껏 잘 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할 만큼은 충분히 한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모든 걸 지켜보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서 보자.
▲ 열심히 회의하고 무언가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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