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다르다 창간호 - 3. 편집팀의 취재 본문
종찬, 지훈이와 사자소학 수업을 하고 있을 때, 『다르다』(단재학교에서 만드는 잡지) 편집부원들이 취재를 나왔다.
낯선 상황에 수업을 하다
선생: 취재하러 왔어? 지금 영익이, 희수는 나가있고 현승이도 잠시 나가있는 상태야. 여기는 <다르다>에서 우리 반 취재한 내용을 다르다에 올리기 위해 기사화해서 쓴대. 우리는 그냥 수업하면 돼. ‘심신유쾌하고’부터 다시 읽자.
종찬: ‘심신유쾌하고’가 어디지?
선생: 여기, 30페이지.
종찬: 진짜 많이 했다.
선생: 많이 했어. 거의 반 정도 했지. 자 30페이지 펴세요. 읽자, 시작!
열심히 읽는다. 저절로 입에 달라 붙도록
읽는 건 자신의 목소리와 친해지는 길이다
모두(선생,지훈,종찬) 크게 사자소학을 두 번씩 읽는다.
선생: 자 그럼 이제 16페이지 둘이 같이 읽어보자. 너무 힘들지? 원래 읽는 게 힘들어.
종찬: 이렇게 읽다가 우리 진짜 죽을 것 같아.
선생: 그런 거 아냐. 예전엔 이것보다 더 길었다니까?
종찬: 물론 그렇겠죠.
선생: 그것도 다 외웠어. 근데 이 정도는 너희들 수준에선 그냥 떡 먹기처럼 외울 수 있지. 그럼 16페이지 이제 거기서부터 둘이 같이 읽어 봐.
종찬: 한 줄씩 읽어요?
선생: 한 줄씩 읽지 말고 같이 읽어. 이거 보고 같이 해. 억지로 외우려고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같이 읽는 거야. 시작!
억지로 외우려 할수록 안 외워져
지훈,종찬이 약 8분간 사자소학을 크게 읽는다.
선생: 잘 했어. 이 부분은 입에 쫙 달라붙질 않았잖아.
종찬: 완전 어려운데요?
선생: 앞에는 반복을 해서 입에 붙은 거고 뒷부분은 반복을 해 본적이 없으니까 잘 안 달라붙는 거야. 그럼 이제 앞부분은 잠시 미뤄두고, 인제 뒷부분을 해 보자.
종찬: 이 뒷페이지 여기까지는 외우겠는데요, 그 다음에는 잘 기억이 안 나요.
선생: 아니, 원래 이거는 억지로 외우려고 하면 안 되고 많이 읽으면 저절로 외워져. 그렇게 외우는 거지. 지금 뒷부분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래. 그러니까 16페이지부터 32페이지까지는 그런 식으로 읽어서 외우면 되고, 이제는 33페이지 하자.
종찬: 뭐야, 진도 나가요?
선생: 어. 나가야지.
종찬: 헐.
선생: 오늘 그러면 16페이지에서 32페이지까지 외우기로 하자.
종찬: 아니 그냥 이것만 하면 안 돼요?
지훈이의 연애편지(?) 도착
지훈이 선생의 책에 무엇인가 쓴다.
종찬: 뭐라고 쓴거야?
선생: 보면 안 돼.
종찬: 왜요?
선생: 이거는 연애편지라서 보면 안 돼.
종찬: 연애편지요?
선생: 응.
지훈이는 취재를 위해 녹음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불편한가 보다. 그래서 내 책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 준 것이다. 당연히 드는 불편함이기에 최대한 지훈이의 마음을 배려하며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훈이도 진도를 나가기보다 예전에 했던 것을 외우길 원했다.
한자도 많이 볼수록 익숙해진다
종찬: 아 오늘 진짜 수업 힘들다.(사자소학을 읽는다.) 모르는 글자는 이것들이에요.
선생: 오늘 좀 어려운 자가 몇 개 있어.
종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개 못 알아보겠는데 다른 건 다 알아보겠어요.
선생: 오~.
종찬: 아닌데 이거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지? 지하철에서 봤나?
선생: 지하철역에서 봤다고, 그걸? 지하철역에 그 자가 써져 있었어?
종찬: 기억이 정확히 안 나요. 역 이름이었던 것도 같고..
선생: 역 이름?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지하철 역 이름? 그건 아니었을 것 같은데.
종찬: 아 봤었는데... 이 글자. 어쨌든 이 글자가 뭐지? 한자가 이런 한자도 있구나. 야, 이 글자 뭔지 아냐?
지민: 책(冊) 아니에요, 책?
선생: 오, 또 한자박사가 나셨어. 그럼 여기 있는 단어 다 알아?
지민: 아니죠. 간단한 한자밖에 몰라요. 있을 유, 아니 불 이런 거.
선생: 아니야, 그래도 그런 지식이 대단한 거야.
선생: 아무튼 그래, 여기 진도 나가기가 좀 그런가?
종찬: 진도를 나가지 말고, 복습을 합시다!
선생: 좋아. 복습을 하는데, 그러면 아까 이야기한대로 16페이지부터 32페이지까지 외우는 연습을 할 거야. 그래 갖고 선생 앞에서 16페이지부터 32페이지까지 안 보고 외울 수 있으면 오늘은 되는거야. 뒷부분은 지금 입에 많이 안 달라붙어 있잖아. 막 읽으면 저절로 입에 붙어.
종찬: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선생: 그래, 뒷부분이 지금 완벽하지 않으니까. 일단 오늘은 16페이지부터 해서 32페이지까지 외우기.
종찬: 그럼 진도는 안 나가는 거죠?
선생: 이거 외우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려.
종찬: 아, 그렇겠죠?
선생: 우선 그러면 둘이서 목소리 맞춰서 한 줄씩 번갈아 가면서 읽기야. 지훈이 할 수 있지?
지훈: 네.
선생: 한 줄씩 번갈아 가면서 읽는 거야. 그러면 지훈이부터. 16페이지부터 시작. 딱 두 번만 하고 그 다음부터는 한 명씩 하자.
취재팀과의 인터뷰
질문자: 이 사자소학은 직접 만드신 거에요, 아니면 산 거에요?
종찬: 산 거지.
질문자: 예전에는 민들레 잡지를 읽고 마인드맵핑을 했다던데, 왜 하게 되셨어요?
종찬: 민들레 맵핑? 맵핑은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하게 되었어.
선생: 맵핑에 따른 효과도 이야기 해 줘.
종찬: 효과?
선생: 머릿속으로 체계가 잡히지 않았어? 맵핑을 했더니 이런 효과를 봤다 하는 것 없어?
지훈: 못 느끼겠어요.
선생: 지훈이 정리 같은 거 잘 해? 책 같은 거 읽을 때의 생각 정리 같은 것.
지훈: 했었잖아요.
선생: 그 때 어떤 식으로 했어?
지훈: 글쓴이, 제목, 내용, 1문단, 2문단, 3문단 그렇게 나누어서 썼었죠.
선생: 그럼 어떻게 문단을 나누는데? 막 글을 썼는데 같은 내용이 반복이 될 때가 있잖아. 그럴 때는 한 문단으로 쓰는거야, 아니면 다른 문단으로 나누는 거야?
지훈: 다른 문단으로 나눠 썼었어요.
선생: 그럼 이렇게 네가 정리를 하는 것과 맵핑하는 것 중에 네가 볼 땐 이게 훨씬 더 좋은 방법 같아?
지훈: 네.
종찬: 내 생각에는 손으로 써서 정리, 요약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무언가를 보고 감을 잡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 같아.
선생: 그거 엄청난 능력인데? 딱 보면 정리가 된다는 거잖아.
민들레 77호를 읽고 영익이가 만든 맵핑
질문자: 몇 명이 빠지고 두 명이 남은 거잖아요. 이렇게 두 명이서 했을 때의 분위기 같은 건 어떤가요?
지훈: 희수 형은 종찬이 형을 너무 놀렸어. 그렇게 너무 시끄러웠었지. 영익이 형이 있었을 때는 형이 조금 잘난 척을 했어. 너희들 보다는 내가 한자를 더 잘한다, 그러면서. 그런 게 조금 있었어. 하지만 그렇게 시끄러운 게 그리운 느낌이 든다.
선생: 그 때에 비해 지금의 좋은 점은 뭘까?
지훈: 지금의 좋은 점은 조용하다는 것.
질문자: 준규반의 장점과 단점이라고 한다면?
지훈: 장점이라기보다는, 일단 준규선생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모두들 웃는다.)
지훈: 좋은 생각을 많이 하시겠지. 수학을 하실 때 보면 생각이 깊은 게 보여거든. 단점이라고 하기에는...음... 외로워.
종찬: 나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 일단 학습적인 면에서 보면 공부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다른 반보다)좀 더 학습량이 많은 것 같고, 둘만 남게 되었더니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조용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단점은 생각이 안 나. 없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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