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후기 - 협동조합 정신을 통해 죄수의 딜레마 탈출하기 본문
오늘은 10시부터 8시까지 총 다섯 강좌를 듣는 교사 연수가 있는 날이다. 과연 어떤 내용을 듣게 될지, 어떤 사람들이 그 자리에 참석할지 기대됐다.
역추적이 아무 의미 없는 줄은 알지만(현재 생각을 과거의 생각인양 하는 것이기에) 어떤 것을 듣길 원했는지 써보자. 현실이란 중력이 분명히 거세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그래서 다양한 현실성 있는 고민이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또한 교육자로서 만났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야기하며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길 바랐다. 과연?
빡빡한 일정도 분명히 문제였지만, 너무 현실에 중점을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현실과 이상이 있을 터.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이상은 공허하고, 이상을 버린 현실은 맹목이다(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칸트) 그렇기에 이상과 현실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 하며 고민하고 행동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라 하면서 현실적인 상황에 대해 인지만 시켜줄 뿐 갇힌 체계를 넘어설만한 비전까진 보여주지 못한 게 한계다. 애초에 강의로만 꾸민 교사연수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거기선 어떤 지적 촉발도, 새로운 가능성의 탐구도 일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소득은 있었다. 협동조합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 갖게 된 게 그것이다. ‘경쟁, 죽이고 산다. 나만 산다’ 이게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상식이고 교육은 이 논리를 더욱 강화하며 한몫 챙겨왔다.
죄수의 딜레마에는 경찰에 잡혀온 두 명의 용의자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공범 관계입니다. 경찰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자백을 통해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고자 신문합니다. 그런데 두 용의자를 함께 신문할 경우 눈빛을 교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서로 격리시킨 후 개별적으로 신문하게 됩니다.
취조실에서 경찰은 두 용의자에게 똑같이 제안합니다.
“당신이 아무리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1년 정도 감옥에 보낼 수 있어. 하지만 당신이 범행을 자백한다면 수사 협조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은 석방해 주고, 대신 묵비권을 행사한 다른 방에 있는 용의자는 가중처벌로 10년형을 받게 하겠어. 만약 너희 둘 모두가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하여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거야.”
실제로 용의자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똑같이 묵비권을 행사하여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 격리되어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두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여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 모두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자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자기가 자백을 하면 자신은 석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다른 용의자가 자백을 하게 되면 자신은 가중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 용의자는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을 위해 최선’인 자백을 선택하고 맙니다. 서로 협력해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면 1년형으로 끝났을 텐데,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함으로써 모두 5년형씩 받게 되어 결국 둘 다 불행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죄수의 딜레마’처럼 불면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남도 하니 나도 한다’는 것이고 안 불면 ‘나만 하니 이득이다(블루오션)’의 전략으로 탐욕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 자체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새 판을 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이다. 함께 살고 두루 살기 위해서는 돈이 구획지어놓은 경계들을 가로질러 끊어진 다리를 잇고 관계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 이럴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잊지 않게 되는 것이니,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 논점을 결코 떠날 수가 없다. 이와 더불어 모금도 새롭게 다가왔다. 모금은 모연으로 사람을 잃지 않을 때, 나의 일을 돕는다기보다 같이 살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일 수 있는 얘기에 이상을 덧붙임으로 깨달음을 주었던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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