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폐 끼쳐도 되는 사회를 꿈꾸며 본문
자본주의는 말한다. 끊임없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가져라’라고 말이다. 그래서 누구 할 것 없이 채우고 가지려 애쓴다.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이 가진 것은 흠이 되지 않고, 그 사람의 능력이라 여겨지기까지 한다.
▲ 끊임없는 소유욕은 결국 현실에 만족하는 못하는 마음과 공명한다. 무소유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장면 두 사람의 몸무게의 합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은 바로 이와 같은 생각에 균열을 내는 영화다. ‘남에게 왜 폐를 끼치는 게 문제인가?(관련 글 보기)’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셈이다. 관계의 얽힘은 폐를 끼치는 데서 시작되는 셈이다. 무언가 여지가 남아야 만나게 되고, 만나게 되어야 관계가 형성된다.
칠레 시골 마을에 포도농장을 하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운전을 하면서 그 시골길을 지나다가 문득 코끝으로 스치는 포도 향기에 취해 포도농장엘 들르게 됐습니다.
여인은 포도를 좀 살 수 없냐고 물었습니다.
남자는 정성스럽게 포도를 따서 바구니에 담아 그 여인에게 건넸습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여인은 얼마를 주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은 터무니없이 아주 비싼 가격을 불렀습니다.
여인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여 다시 물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네?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거죠?” 여인은 다시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포도입니다.
세상 그 어떤 포도보다 맛에 있어선 자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높은 값을 부른 이유는,
이 포도들이 열린 한 그루 포도나무를 통째로 선물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니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와서 이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를 따가십시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값을 치르고 포도나무 한 그루를 선물 받으시겠습니까?“
여인은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해마다 초가을 무렵이 되면 청년은
포도를 따러 오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여섯 번째 가을이 되던 해,
둘은 포도나무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포도나무의 가지를 일부 잘라 말린 뒤,
서로의 반지도 조각해 가졌습니다.
단지 여인의 아름다움에 홀려 돈도 받지 않고
거저 포도를 주었다면 또다시 그 여인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포도나무까지 돈도 안 받고 선물했다면
여인은 굳이 이곳에 포도를 따러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무례하지만 돈을 받음으로써 그녀가 그곳에 와야 하는
이유까지도 선물했던 겁니다. -이병률,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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