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갤럭시노트 엣지 - 바뀌되,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상반된 마음 본문
2년 정도 잘 써왔던 옵티머스G Pro가 작년 12월부터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래서 서비스센터에 가보니 그런 경우 공장초기화를 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게 했는데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메인보드 이상’이기 때문에 통째로 갈아야 한단다. 그런데 그 메인보드 가격이 자그마치 10만원을 훌쩍 넘으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G Pro의 중고폰 가격이 거의 8만원~10만원정도 하기 때문에 차라리 중고폰을 사는 게 나을 정도다.
그래서 오랜만에 중고폰을 사기 위해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게 되었다.
아이폰, 스마트폰 세계에 입문하다
▲ 건빵의 스마트폰 역사
2012년 3월에 아이폰을 샀고, 2013년 7월에 옵티머스 g 프로로 바꿨으며, 2015년 7월에 갤노트엣지로 바꿨다.
스마트폰의 역사는 2012년 3월 26일에 중고 아이폰을 산 것이 시작이다. 2009년에 아이폰이 정식 발매되며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열풍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미쳤다. 하지만 직업이 변변찮았던 때라 선뜻 바꿀 순 없었다.
사족을 달자면, 그 당시에 스마트폰을 샀다면 2009년에 했던 국토종단이나, 2011년에 했던 사람여행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을 것이다. 지도를 보며 여행을 한 것이라, 잘못 판단하여 길을 헤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고, 앞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불안에 떨다가 차를 얻어 타기도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길을 헤매지도, 어떤 곳일지 몰라 불안에 떨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여행할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 2009년 4월 26일에 김제에서 함열로 걸으며. 지도를 보며 찾아가던 여행,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세상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2012년에 단재학교에서 근무하면서도 여전히 피쳐폰을 썼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먹통이 된 것이다. 하지만 선뜻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스마트폰에 갇힌 인생’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올 때라 나 또한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준규쌤이 통신비를 지원해준다며 스마트폰으로 바꿀 기회를 줬고 그로 인해 내 생각도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 티월드에 가보니 상담원이 방긋 웃으며 ‘갤럭시노트’, ‘아이폰4s’와 같은 폰들을 보여주더라. 그래서 조금 더 생각해본다며, 집 근처의 핸드폰 가게에 들어가니 ‘옵티머스 LTE’를 보여주며 특가이며, 몇 시간동안만 이 가격에 준다며 능숙한 영업전략을 펴더라. 순간 혹할 뻔 했지만, 그럴 때일수록 신중하다 싶어서 그냥 나왔다.
그리고 중고폰 사이트를 뒤져서 결국 3월 26일에 부천 송내역까지 가서 34만원을 주고 아이폰을 샀다. 그래서 아이폰을 개통하러 티월드에 찾아 가니, 방긋 웃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밋밋한 표정으로 개통 업무만을 봐주더라. 그런데 이런 저런 핑계로 개통이 안 된다고 하여, 결국 강변역에 있는 직영점까지 가서야 개통을 할 수 있었다.
지프로, 디지털 기기로 다양한 경험을 하다
아이폰을 1년 4개월 동안 잘 썼다. 처음으로 가지게 됐던 스마트폰이기에 더욱 애지중지하며 썼고 좀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바꾸고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폰은 ‘옵티머스G Pro’와 ‘갤럭시노트2’였다.
두 폰은 각 회사의 패블릿폰으로 유명했고, 아무래도 인지도면에서는 삼성이 절대 우위였다. 하지만 화면의 해상도라던지, 배터리 용량 등에선 엘지가 나아보였기에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G Pro를 사게 되었다. 다행히도 새 폰을 천호역에서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와서 부리나케 연락하였다.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44만원에 바로 구입할 수 있었고 아이폰은 25만원에 팔았다.
▲ 아이폰4 팔던 당시의 게시글. 아이폰은 인기가 많은지 올리자마자 바로 팔렸다.
하지만 한강에서 라이딩을 하던 도중 지프로를 두 번이나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있었다. 달리던 자전거에서 떨어진 것이라 충격이 어마어마할 텐데, 운이 좋았는지 액정이 깨지지도 기기 사용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예고도 없이 꺼지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지프로와는 이런 저런 일을 함께 하며 보낸 폰이다. 지리산에선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용도로 쓰였으며, 남한강 도보여행 때엔 아이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이 역할을 했고 전주에선 현세 폰인 지프로2와 함께 영상을 찍는 폰 역할도 수행했다. 어디 이 뿐인가, 각 강연에선 강연의 현장 메시지를 기록하는 역할까지 했으니 충실히 할 몫을 다 했다고 평할 수 있다.
▲ 남한강 여행 당시에 아이들의 길찾기 도우미 역할을 했던 지프로.
갤노트엣지, 바뀌었지만 예전만 같아라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를 적극적으로 알아봤다. 진규가 갤노트3로 바꾼 것을 보면서 화면에 펜으로 무언가를 쓴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손글씨 쓰는 걸 좋아하는 터라, 무언가 그런 식의 기록을 남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고, 폰을 바꾸는 만큼 무언가 색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갤노트를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학교 근처 잠실에서 거래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55만원에 거래를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갈수록 비싼폰을 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30만원 대에서 시작해, 50만원 대까지 올라왔으니 말이다.
▲ 세 번째 스마트폰의 탄생. 하지만 비싼만큼 부담도 되는 폰.
바꾸고 나니 엄청 좋다랄지, 행복하다랄지 하는 느낌은 거의 없고 아이폰에서 지프로로 바꿀 때 느껴졌던 기분이 똑같이 든다. 갤노트엣지를 최대한 지프로 때와 같이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지프로로 바꿨을 때도 그랬다. 아이폰과 거의 똑같이 꾸몄으며 아이폰에서 되던 것(은행어플 사용, 공인인증서 등)이 아무 문제없이 실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폰이지만 예전에 쓰던 방식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이며, 거기에 덧붙여 뭔가 최첨단의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익숙한 것은 익숙한 대로, 하지만 새로운 기능이 훨씬 편해지기를 바라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형태로 꾸민 스마트폰. 같은 것을 바라는 마음, 그러면서 다른 것을 바라는 기대까지. 이율배반적인 마음.
갤노트엣지와는 어떤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감히 기대해본다.
사족이며 또 다른 본론이지만, 며칠 써보니 도무지 엣지 부분이 불편하기도 하고, 엘지폰에 익숙해진 터라 삼성폰의 여러 부분에서 다른 부분들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며칠 더 써보고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으면 다시 지포로 복귀할 생각이다. 어떨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겠다. 결국 너무 폰에만 신경 쓰이고 내 할 일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성들이 명품백을 사면 비 오는 날 백을 안고 비를 흠뻑 맞고 가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애지중지 하느라 맘껏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팔기로 했다.
장터에 내놓은 건 가평 여행에서 돌아온 화요일부터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목요일(7월 24일)인 오늘 저녁에서야 팔렸다. 막상 팔려고 내놓을 때는 그랬는데, 누군가 사간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도 들고, 저걸 팔지 말고 써볼까 하는 온갖 망상이 어리더라. 무언가 떠나보낸다는 건 아쉬움이다. 하지만 결국 팔고 왔다. 이로써 갤럭시노트엣지와의 인연도 일단락되었다.
▲ 안녕 갤노트엣지, 안녕 지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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