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스마트폰과 인간관계 본문
스마트폰을 중고로 사서 쓰고 있다.
그런데 중고폰을 사서 쓴다는 건, 쓰다가 팔고 또 새로운 중고폰을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리는 감상이 있어서 몇 자 적고자 한다.
1. 폰을 나중에 팔려고 생각하면 맘대로 쓸 수가 없다. 팔릴 때 그래도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선 아무래도 ‘기스 나지나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애지중지하며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내 폰이지만 내 폰이 아닌 것처럼 사용해야만 한다. ...
2. 하지만 결국 중고로 팔지 않고 내 폰처럼 쓰게 됐을 때, 현격한 마음의 차이가 빚어진다. 더 이상 애지중지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팔 생각이 없으니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쓰자는 생각으로 함부로는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쓰게 된다. 그러니 기스가 나기도 액정이 깨지기도 한다.
3. 이러한 마음의 차이를 보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됐다. 나와 별로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인간 대 인간으로 대우할 수 있다. 어차피 나와 마주할 시간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돌변한다. 결혼한 사람이나, 오래된 연인은 이런 기분을 잘 알 것이다. 어차피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든 이 사람은 떠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함부로, 멋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란 ‘중고로 팔 것인가’ or ‘넌 어차피 내 것이야’라는 그 사이 쯤 어딘가로 대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인간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했다. 애지중지하는 인간관계는 남남인 것처럼 헛헛하고 함부로 대하는 인간관계는 ‘나를 존중하고는 있는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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