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잘 해온 아이임에도 믿지 못하고 세상의 방법을 따르다 본문
어느 부모인들 그러지 않겠냐만은, 자식 잘 되라고 학원에 보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여태껏 자기 스스로 잘 해온 아이인데도 그걸 믿지 못하고 학원에 보낸다. 거기엔 남들에게 뒤처지면 어쩌나, 내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놔두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화가 난다. 남들 다 한다고, 그게 옳은지, 그른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맹목적으로 따라 한 것이기 때문이고, 그런 마음이 오히려 아이들에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처진다. 여기엔 아이가 어떤 아이이고 무엇을 잘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아이의 특기나, 적성, 가능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것, 학교 성적을 높일 수 있는 것에 아이가 얼마나 충실하게 임하느냐 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모든 의사 결정에 아이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고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게 돈 있고 빽이 튼튼한 사람들의 정규코스, 일명 따 놓은 당상임을 생각하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든다. 그건 정해진 목적지까지 가는데 누군 비행기를 타고 가고 누군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도무지 상대조차 되지 않음에도 뒤처져서 낙오자로 만들 수 없다는 핑계로 몰아넣는다. 승자는 몇 명 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들러리를 서게 되고 학습무기력증에 빠져 회한 가득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겠다. 이건 맞는 얘기다. 부모가 만능이 아닌 이상, 자식에게 좋은 공부 여건을 제공해서 학벌 사회에 좋은 학벌을 얻도록 하고 싶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미 기존관념에 대한 맹신과 어쩔 수 없이 그 대열에 참석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어 있다. 자식의 의사나 능력은 뒷전이고 무작정 돌리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심한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의 마인드에 있다. 대부분 생계를 위해 학원을 한다. 그러니 한 사람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원에 다녔더니 성적이 올라갔다거나 경시대회에 입상했다거나 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때, 학원은 더욱 번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각종 편법이 자행된다. 반복학습, 단순암기, 그리고 단순패턴 학습 등 단기간에 학습시킬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성적은 당연히 오를 것이다. 하지만 속빈 강정 꼴로 제대로 된 실력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에 맛들이면 학생들도 자신이 알아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고 정식으로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보다 어떤 비법이나 편법을 익히는데 더욱 치중하게 된다. 결국 고민하지 않고 편하게 공부하는 방법만을 원하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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