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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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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취업 분투기

11.07.16 바다출판사에 자기 소개서를 세 번이나 보내며

gunbbang 2011. 7. 16. 11:44

처음 바다출판사에서 모집 공고를 봤던 날(72일 토), 기존에 써 놓은 자기소개서를 조금만 손 보아서 바로 냈다. 그 땐 그 정도 되면 나의 정열이 다 남겨진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떠한 연락도 없더라. 아직도 난 출판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아닌가 보다.

어제는 최종 마감일이었다. 그간 얼마나 고민했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게 싫어 피했는지도 모른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농축시켜 놓으면 어느 순간 자연히 발산되리라는 믿음. 그게 맹신이건 진짜이건 지금의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꽤 흡족할 만한 내용이 써졌고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썼다. 두세 번 검토한 끝에 530분쯤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어떻건 문장에서 이상한 부분은 없을 거라 자신하며 냈던 것이다.

 

 

모집 공고의 내용이 정말 맘에 들었다. 이런 곳이라면 들어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실수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그런데 이게 웬 걸? 오늘 아침에 와서 다시 읽어 보니, 두세 군데 비문이 보이는 게 아닌가. 읽으면서도 내가 다 땀이 날 지경이었다. 이게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제 30분 정도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더 정신집중하고 퇴고를 했다면 이러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마지막엔 보는 것마저 힘이 들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던 것이다. 집착력, 몰입력, 지구력이 부족했던 내 탓인 걸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다시 문을 두드려 보다

 

그래서 이미 시간이 경과되었음에도 오늘 다시 수정본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낭패감이 어리는 게 사실이다. 편집자를 꿈꾼다면서 그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점을 남긴 꼴이니 말이다. 그러나 실상 더 큰 문제는 나의 오점 문제가 아니라 출판사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거라는 불안 때문이다. ‘~ 이런 녀석이 편집을 한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넌 좀 더 내실 있는 놈이 된 후에나 오라고~’ 생각할까 봐서 말이다. 결국 다신 무엇이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게 걱정인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면접만이라도 보는 것이다. 출판사 면접은 어떤지, 다시 서울에 올라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바람이 안 이루어진다 해도 잘 보았으나,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아니네요라는 식의 문자라도 왔으면 좋겠다. 그건 서류를 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다출판사 자소서 사태의 교훈

 

이번 건으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면, 너무 초딩스러운 생각이랄까. 하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너무 안일하게 준비했다는 것이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구나. ‘日暮途遠아직까지도 자기소개서의 비문을 볼 때 화끈거리고 식은 땀이 흐르던 순간이 생생하다.

 

 

근대는 가족 안에 욕망을 가두고 그 안에서 맴돌게 함으로써 존재하고, 그리하여 인간의 삶을 가족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기성질서에 한 없이 끌어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근대 자본주의는 가족이란 영토에 개인의 욕망을 묶음으로써 모든 가장들을 자신의 체제 아래 포섭하고 길들인다는 것이다.

가족을 그리다p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