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박준규] 학교를 잘 가동시켜 세상을 바꾸자? 본문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이 슬로건은 프랑스 화물노조에서 사용한 말이다. 우리 화물연대 파업 때 슬로건이 쓰인 길쭉한 헝겊을 수천 명이 펼치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학교가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유감천만이지만 문명의 몰락을 불러오는 모든 논리와 오해는 학교가 재생산하고 있다. 온라인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어도 오프공간으로서 학교의 기능은 여전히 건재하다.
교사들 중에서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있다. 그런 교사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한 색깔이다. 모두 훌륭하다.
생각이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그 분들은 “학교를 잘 가동 시켜 세상을 바꾸자” 슬로건을 들고 있다.
난 다른 슬로건을 들고 있다. 이반 일리치가 옳다. 일리치 이후로 반 백년이 흘렀다. 그래서 일리치가 더욱 옳다. 학교가 멈춰야 세상이 달라진다.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교육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리한다’는, 일종의 고난이도 곡예에 비유할 수 있는 어려운 일입니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 우치다 타츠루 저, 박동섭 역, 민들레 출판사, 2011년, pp 20
우치다 타츠루가 “교육을 바꾸는 것은 고장 난 버스의 엔진을 달리면서 고치는 것”이라 말한 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버스의 창문이 다 깨져 비바람을 막을 수 없어 승객의 안녕과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상태를 바꾸려면 승객이 내려서 버스를 멈춰 세워야 한다. 버스를 강제로 세우는 게 아니라 승객이 내리면 버스가 달릴 명분이 없어서 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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