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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삼천리 HOUND 500을 사다 - 하진이와 함께 라이더가 되어 꿈을 거닐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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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HOUND 500을 사다 - 하진이와 함께 라이더가 되어 꿈을 거닐다

gunbbang 2008. 10. 8. 09:08

 

何進이와 함께, 라이더가 되어 꿈을 거닐다라는 제목만 읽어보니, 왠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하진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지내는지 장광설을 늘어놓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한자를 읽을 수 있다면 하진이란 게 좀 낯선 이름이란 걸 대번에 알 것이다. 그런 이름을 지은 이유에 대해 밝히는 게 어찌 보면 이 글을 쓰려는 목적이니, 이제부터 천천히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자전거와의 인연

 

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자전거. 아주 일상적인 소재를 택했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 마냥 말을 비비 꼬고 있다. 자전거를 주제로 나와의 인연, 자전거의 재발견과 라이더의 탄생, 하진이와의 만남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 일상적인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게 거창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예쁘게 봐주시길 바란다.

자전거를 언제부터 배웠는지 기억에 없다. 확실히 기억나는 건 금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했던 거다. 그리고 아마도 초등학교 1~2학년 때였던 듯하다. 그렇게 본다면 자전거와의 인연은 꽤 오래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억나는 몇 장면을 예로 들어보겠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6학년 때였나 그 당시엔 서서학동에 살았는데 성엽이라는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금암동까지 달렸던 장면이다. 그땐 11일로 새해가 시작된 설렘이 가득했고 날씨는 꽤나 추웠음에도 의기투합한 우리들은 왕복 10Km의 길을 달렸었다. 왜 갔는지, 그곳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또 다른 장면은 고등학생 때 중고 자전거를 어머니께서 사주신 장면이다. 어머니는 교차로에 나온 중고 자전거를 보고 연락을 하신 거였고, 빙상경기장에서 만나 거래를 했었다. 어찌 보면 요즘엔 자주 하는 직거래를 처음으로 한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자전거를 받고 그걸 타고 집에 오는데 백제대로를 건너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 기억에 난다. 다행히도 집에 잘 왔고 그 자전거를 타고 고등학교에 잘 다녔었다. 그 자전거는 교회 옆에 세워뒀음에도 누군가 가져가면서 나와는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두고두고 잘 잃어버리는 사람으로 나를 낙인찍고 무언가 없어졌다고 하면 그 이야기부터 단골 레퍼토리로 꺼내놓으시게 됐다.

또 다른 장면은 친구가 자전거를 훔쳐서 나에게 줬던 장면이다. 자전거를 훔치는 건 범법행위인데, 그 당시엔 치기어린 행동으로 자전거를 훔치는 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다니던 중 어떤 사람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이 자전거 우리 자전거인데 이걸 왜 타고 있냐?”고 묻는 것이다. 딱 걸린 것이었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빠져나갈 수 있는 부분은 내가 훔친 게 아닌, 친구가 훔쳐서 줬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훔친 자전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친구가 자전거를 판다고 해서 그저 속아서 산 것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에피소드로 여겨지지만, 그땐 정말이지 식겁하는 기분이었을 거다.

마지막 장면은 어느 때였는진 모르지만, 자전거가 너무나 타고 싶어 목적지가 없음에도 무작정 공수네 다리로 타고 나왔었다. 그만큼 자전거는 이동수단이기 이전에 나에겐 재밌는 놀이기구였으니 말이다.

 

 

 

10년 만에 자전거를 사게 된 이유

 

그런 식으로 자전거와 나와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 중고로 산 자전거를 도난 당한 이후로 20073월까지 거의 10년 간 자전거 없이 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인연을 맺었던 만큼 그렇게 멀어졌다 해서 섭섭하거나 얼른 자전거를 또 사야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떤 일을 계기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2007320일에 자전거를 사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과연 어떤 일로 그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솔직히 자전거는 별로 사고 싶지 않았다. 도난당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자주 펑크 나던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 버스비가 1000원으로 오르려던 때였고, 친구가 먼저 자전거를 산다고 운을 뗀 뒤에 진짜로 자전거를 샀기 때문에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나도 그 상황에 휩쓸려 사고야 만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친구 덕에 자전거도 샀지만, 운전면허도 땄었다. 제대하고 나와 아르바이트로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때 운전면허를 딸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 이 친구가 그 당시에 면허를 따겠다고 필기시험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공부하게 됐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나는 주위 환경에 휘둘리기 쉬운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자전거를 사봤다. 8만원에 산 자전거는 오랜만에 기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자전거가 주는 일석사조

 

자전거는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처음 도전하는 것이니만큼 제대로 된 제품이 올지 걱정이 됐다. 그러나 막상 온 제품은 최고였다. 그래서 박스를 풀자마자 무작정 달려보았는데 역시나 문제가 없더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인지 엉덩이가 아프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보니,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던 거다. 자전거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기도 하며,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누구 못지않은 든든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무력해진 나의 가슴 속에 희망이 싹튼다. 생기가 돌고 자신감이 생긴다. 이것이야말로 자전거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작년에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더 불행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울분이 쌓여 내 생은 나락으로 떨어졌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며 기쁨을 맛본 덕에 지금껏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버스비를 아끼게 되니 돈도 절약되지, 몸을 움직여 자전거를 타니 건강해지지, 버스를 타러 이동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다시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 올라가는 시간과 비교하여 시간까지 절약되니, 이건 일석사조라 할 만하다. 이쯤되면 자전거와 나의 관계는 10년 전의 그때에 비하면 더욱더 긴밀해졌다고나 할까. 이제 너와 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하운드500을 하진이라 명명한 이유

 

그러던 중 지난 주 목요일에 늘 그 자리에 있던 자전거는 행방을 감췄다. 이런 황당한 느낌이야말로 내일 해가 다시 뜰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를 몸소 깨우쳐주는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자전거 또한 인연이라 한다면, 그저 일순간 내 곁을 스쳐가는 것이기에,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나갈 뿐이다. 헤어짐이 급작스러웠지만, 떠나보낼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토요일엔 다시 자전거를 주문했고 어제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반조립 상태로 배달되어 핸들과 앞바퀴, 페달, 안장은 분리되어 배송되었다. 천천히 묶어둔 끈들을 제거하고 자전거를 세워 놓는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이걸 조립할 만한 공구가 보이지 않더라. 육각렌즈와 스패너가 필요한데 도무지 찾아도 안 나온다. 그래서 한 동안 조립을 할 수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다시 박스를 꼼꼼히 살펴보니 구석에 짱 박혀 있더라. 그때의 기쁨이란. 천천히 자전거를 완성했고 사관절 자물쇠도 설치했다. 무언가 조립되어가고 있다는 기분도 나쁘진 않더라.

 

 

이 자전거는 하운드 500 다음에 산 자전거다. 반조립 상태로 배송된다는 건 이런 상태도 온다는 뜻이다. 

 

 

다시 자전거를 산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앞에서도 자전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충분히 얘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선 왜 이 자전거의 이름을 하진이로 정했는지, 그리고 거기엔 어떤 바람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만 설명하려 한다.

이름은 何進이다. ‘어찌하라는 글자는 자전거의 원래 이름인 하운드에서 따왔다. ‘는 한문에선 어찌’, ‘어떻게와 같이 의문형의 문장에서 주로 쓰인다. 그러니 만 덩그러니 혼자 있어선 아무런 의미도 전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이름이 되기 위해선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글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전거의 원래 속성인 나아갈진을 덧붙인 것이다. ‘어떻게라는 뜻을 지닌 나아간다는 뜻을 지닌 이 만날 때 비로소 시너지가 발생한다. 과연 나는 너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 어떤 꿈에 당도할 수 있을까? 그 모든 게 미지수지만 그 미지수 속에 나의 성실성이 담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이름을 지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또 한 번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써나가는 역사는 바로 현실에 충실했던 나와 하진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가 될 것이다.

 

 

하운드 500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여기서부터 새로운 하진이와의 인연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