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1.06.03 한겨레 교육 첫 면접에 실패하다 본문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합격’에 대한 연락조차 없자 애간장이 녹을 수밖에 없었다. 필기는 최종면접을 위한 자료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역량 여부를 파악하여 걸러내기 위한 것이었고 떨어져도 문자가 올 줄 알았는데 완전히 무시당했다. 왜 이렇게 단정 짓게 되었냐고? 시간이 많이 흐른 것 하나만으로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어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초중등 기획자 모집 공고를 보고서 정리한 것이다. 그건 이번에 면접을 본 사람 중엔 그 분야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는 방증이니 말이다. 어쨌든 홈페이지 내용을 통해 나의 낙방이 기정사실이 되자 캄캄한 현실이 느껴졌다. 한 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을 꿨고 서울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산산조각난 것이다. 그곳에서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내 자신이 한스럽게까지 느껴졌다.
▲ 임용을 그만 둔 후, 처음으로 면접이란 걸 봤다. 그때의 설렘이란.
어떤 낙방이든 아프다
그래도 면접도 보고 필기서험도 본 입장이니 가타부타 이유에 대해 얘기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시간이 흐르니, 너의 낙방을 알아라’라고 하기엔, 교육 특히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업체의 성격과는 상반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없는 사람, 부적절한 사람 취급을 당하고 보니 기분이 정말로 나빴다. 하긴 떨어짐의 충격까지 그런 배려 없음에 대한 불만으로 증폭된 것일 테지만 말이다. 이 기분을 이겨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 임용에서 떨어진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이자 아픔이라 할 수 있다.
면접은 그 회사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얻은 것은 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면접이란 걸 볼 수 있었고 교육 기획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면접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라 말을 버벅거리거나 논리 전개에 애를 먹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장 중요한 자세와 절차를 모르고 있었다. 최소한 들어가고자 하는 회사가 지향하는 바와 어떤 사업을 주로 하는지는 알았어야 했으니 말이다. 이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무턱대고 좋다고 하기보다 무엇이 어떻게 끌리는지 말함으로 어필하는 것과 같다. 적어도 이 회사에 무엇이 맘에 들고 무엇이 좋으며 어떤 것을 하고 싶어 들어가고 싶은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건 면접을 보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정작 중요한 건 역량, 즉 그곳에 들어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비전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면접을 보러 갈 땐, 기본 정보는 숙지하고 가야 함에도 첫 면접이라 그랬는지 배짱이 좋아서 그랬는지 그냥 편하게 갔다.
실패가 전해준 깨달음
당연하지만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면접은 그 궁리한 시간이 농축되어 우러나오는 시간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1차 면접 통과는 지지리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즉, 여기까지 고민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는 뜻이다.
처음에 면접 제의를 받았을 땐 쉬울 거라고만 생각했고 면접을 본 후엔 현실의 완고한 벽에 좌절했으며 합격소식을 듣고선 ‘그러면 그렇지. 내가 아니면 누가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내 자신의 역량을 믿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지금은 다시 올 줄 모르는 기회를 생각하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할 때다. 다시 하는 기획자 모집에 원서를 내볼 생각이고 허투루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현실이 배반했다고 포기하진 마라. 더 좋은 기회, 여건을 주려고 현실의 배반이란 과정을 선사한 것이니’라는 도보여행 때의 깨달음을 되새겨 본다.
어쨌든 나의 첫 면접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개판이었지만 운이 좋아 필기시험까지 봤고 그러면서 교육 기획, 강좌 개설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고민을 본격적으로 한 건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어설프고 실제로 필요한 내용보다 선언적인, 피상적인 내용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한겨레 교육에 감사한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여 그곳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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