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1.01.31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다 본문
지금까지 공식적으론 ‘임용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다’라는 핑계거리가 있었으니, 어딘가에 취직하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쓴 적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자기소개서를 쓰게 됐다.
자기소개서는 어려워
작년에 전주대에 인턴을 신청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쓴 적은 있지만, 그땐 형식적으로 친구가 보내준 양식을 조금만 고쳐서 쓰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막상 나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도 되고 막막하기도 하더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고 정말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려하니 진도가 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일기형식으로 나만 볼 글을 쓰는 것과 남이 봐야만 하는 글을 쓰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런 경험을 한지 일 년이 흘러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었다. 일 년이 흘렀지만 막막함은 여전하다. 그러나 나름 경험을 해봤기 때문인지 가벼워진 부분도 있다. 이 글엔 내가 살아왔던 삶에 대해 잘 표현할 수 있으면 그만이고, 왜 그곳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은지를 솔직담백하게 서술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에 쉬울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생각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다.
글쓰기는 여행과 똑같다
자기소개서의 서두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문뜩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이 떠올랐고 그걸 중점으로 써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은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변화무쌍한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그런 과정을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공부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대비시켜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흐름으로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잡았으니, 그냥 써 나가기만 하면 된다. 막상 글이 써지는 과정 속에선 의식 너머의 역량이 드러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란 여행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고, 처음 맘먹었던 생각과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처음에 세워둔 큰 줄거리는 있되 써 나가다 보면 어떻게 흘러가 어떤 내용으로 끝맺어질지 나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 내 안의 웅성거림이 펜을 통해 표현되는 순간, 내 생각과 같을지, 다를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는 나 자신도 말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던 터라 글을 쓰면서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생명체를 대하듯 경건해지는 수밖에 없다.
10일 간의 고심이 담긴 작품
어제, 오늘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끙끙 앓으며 써나가던 글을 오후 4시 정도에 마무리 짓고 메일까지 보내놨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그 글엔 나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러니 조금 어설프더라도, 뭔가 부족해보이더라도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심여를 기울여 글을 썼고 생각을 정리했다. 누군가 “여기에 쓰여 있는 내용이 만족스러워요?”라고 묻는다면, “지금의 나로선 최선이었어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을 정도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어제부터지만, 이미 구인광고를 보던 순간부터 어떻게 쓸까 고심하고 있었다. 그건 자기소개서가 고작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하기 뭣하다. 1월 21일부터 고민한 흔적들이 이 작품에 아로새겨졌기 때문에, 10일 간의 맘이 담긴 작품이라 해야 맞다.
이로써 나의 첫 번째 취직을 위한 제출서류 작성도 끝이 났다. 간절히 바랐던 건, 한 번 정도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모르는 것 투성이기에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달게 받을 수 있도록 가벼워지려 노력할 것이다. 여러모로 이번의 경험은 첫 경험으로 귀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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