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1.03.05 성취라는 걸림돌에 대해 본문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어버린다. 올무는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토끼를 잡으면 올무를 잊어버린다. 말은 뜻을 전하기 위해 있는 것인데 뜻을 전하고 나면 말을 잊어버린다. 나는 이와 같이 말을 잊어버리는 사람과 만나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而與之言哉! 『莊子』「外物」
성취한 것을 놓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언제 봤더라. 루리웹에 사법시험 합격증이 올라왔고 그 밑에 ‘지금껏 개고생 했으니 이젠 맘껏 울궈먹겠다. 云云’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성취를 놓아버리긴커녕 그 성취에 매달려 있는 꼴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이루는 것보다 그걸 놓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성취란 건 의식적인 것으로 남아 있다. 독서를 많이 했다느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느니, 변화를 긍정한다느니, 이런 것들이 실제 이루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의식하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겠거니 착각하고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그 성취가 실제적으로 있었다 해도 놓아버려야 할 것인데, 있지도 않은 걸 부여잡고 잰 체 하는 건, 가관이다. 그건 혹 벌거숭이 임금이 옷을 입었다는 착각으로 대중 앞에 선 격이랄까. 착각은 실상 자신에게 가장 큰 결점인 거였다. 그렇다면 그 착각을 걷어내는 건 물론 지금껏 가지고 있었다고 느낀 것조차 내려놓아야 한다. 그건 얻은 행위 뒤에 얻기 전 과정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이기에 그런 이유로 ‘내가 해봤는데....’란 어법은 자기의 작은 성취에 집착하는 언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려진 진실에 더 다가가야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건빵 > 건건빵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사기 & 자전거 조립하기 (0) | 2011.07.08 |
---|---|
11.05.10 그림팡팡이 준 깨달음 - 목표에 집착 말고, 앞선다고 자만 말자 (0) | 2011.05.10 |
11.01.24 식탁을 팔며 자본주의를 맛보다 (0) | 2011.01.24 |
삶-흔적 (0) | 2011.01.05 |
꿈 - 목차 (0) | 2010.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