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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준비] 11월 04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여행, 커지는 불안 본문

연재/지리산 종주 다큐

[준비] 11월 04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여행, 커지는 불안

gunbbang 2013. 11. 4. 14:15

    

 

11.04()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여행, 커지는 불안

 

지리산 프로젝트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에서 새벽에 얼떨결에 단일치기로 올라가 본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 

두려움이란 막연한 것

 

이런 경험은 2009년에 도보여행을 떠날 때도 똑같았다. 가고 싶다는 마음에 준비는 했지만, 그래서 한비야씨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으며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았지만,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한 번도 경험이 없는 것을 한다는 것은, 이래저래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건 정말 두렵거나 걱정된다기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겪어야만 하는 심리적인 불안인 것이다. 심리라는 건, 어찌 보면 나의 나약함이며, 일상에 머물고 싶은 어리석음인 것이다.

해보지 않아서, 할 수 없다는 말은, 따지고 보면 할 생각이 없다라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사이엔 해보지 않아서, 할 수 없다는 말이 당연한 듯 쓰이게 되었다. 그렇게 벽을 넘을 수 없도록, 그리고 자신의 한계에 다다를 수 없도록 금을 그어놓고 막아서기에만 바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빌미삼아 내 자신도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합리화로 어떠한 도전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도보여행 때엔 나의 의지가 절대적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들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내가 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누구 하나 빠지고 싶다 할지라도 이미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앞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다. 진행된 프로젝트는 이제 이것대로 생명력을 얻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모양을 갖춰갈 것이다.

 

 

먹을거리를 짜다

 

지리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할 때만해도 비박을 하고, 밥까지 해먹으며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박은 금지되어 있어서 하지 못하고 밥만 해먹으며 다니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리산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건호가 이미 계획을 짰고 거기에 승빈이가 덧붙여서 계획을 완료하였다. 1일엔 구체적으로 먹을거리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짰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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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옴

육개장

카레

비빔밥

카레

소고기비빔

점심

매식

라면과 밥

라면과 밥

라면과 밥

육개장

소고기비빔

저녁

카레

비빔밥

육개장

카레

소고기비빔

삼겹살

 

 

 

이런 식으로 식단이 결정되었고, 개인적으로 가져올 물품은 라면 3(너구리 매운 맛)와 쌀(10인분)’로 정해졌다. 그 외에 공동으로 구입할 물품은 즉석 카레, 즉석 비빔밥, 즉석 육개장이 있고, 이걸 건호가 인터넷에 주문한 후 각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6일치 식사를 한번에 준비해 가야 하기에 배낭은 빵빵해질 거다.

하나씩 준비되어 가고 있다. 처음이라 어설퍼 보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준비하고 막상 현장에서 부딪히며 나아가는 모습을 남김없이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우리네 인생사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맘대로 안 되는 일도 많겠지만, 그만큼 활기차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부딪히면 넘어설 수 있고, 넘어서면 전혀 다른 시야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