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3.10.28(월) 지리산 종주, 말을 뱉으면 이루어진다. 본문
올해 초에 매달 한 번씩 등산할 계획을 세웠었다. 산을 꼭 타고 싶었고, 그걸 계속해야할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정해진 게 매월 산에 올라 올해 말쯤엔 천왕봉이나 대청봉에 올라보자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발의했고 그걸 현실화시켜 등산 일정이 진행되긴 했지만, 과연 천왕봉과 대청봉에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아이들은 오르지 않겠다고 뻗대는 경우가 많았고, 나 또한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2학기 학습발표회 때 무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래서 회의를 주재했던 때 전혀 다른 방향의 솟아오름이 있었다. 건호가 회의를 진행했고,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결정된 것이다. 그 때 도보로 할 것인지, 산을 오를 것인지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등산으로 정해졌던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엔, 건호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천왕봉을 오른다고 연초에 말했을 때부터 주구장창 “3박 4일간 오르면 안 되요?”라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땐 연극팀의 일원이었기에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연히 영화팀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초의 계획이 어떻게든 이렇게 진행되게 된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첫 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우리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세상에 부딪히며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 영화를 본 후였기 때문에 건호의 의견이 튀지 않을 수 있었다. 둘 째, ‘건호가 왔다’라는 것이다. 건호가 와서 주체적으로 의견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전혀 뜻밖의 상황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변곡점을 지나며 이런 결론이 지어진 것이다. 이제 준비 단계지만, 11월 11일에 진행하려 맘먹고 있다. 이렇게까지 흘러갈 수 있었던 건, 우연이면서도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삶이 싱그럽다. 우연 같은 그렇지만 필연 같은 순간을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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