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단재학교 영화토크 - 또 하나의 약속 본문
소감
송지민: 슬펐다. 백혈병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이 바다 근처에서 쓰러진 장면과 병원에 회사 사람이 와서 오백만원을 주며 “병에 걸린 것은 너 탓이다.”라고 하자 욕을 한 장면, 택시 안에 못된 놈이 들어와서 돈 준다고 회유하던 장면이다.
임승빈: 마지막 장면의 실화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좀 슬펐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특히 마지막에 슬픈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고, 지민이가 말했던 것처럼 공장에서 일하다가 하혈하여 쓰러진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실제 주인공인 故 황유미씨 아버님인 황상기씨와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와 출연진의 사진.
박주원: 돈이 문제다. 이제 안전장치가 있는데, 최소한의 양심은 있지만, 직원들의 방호복을 제대로 된 게 아니라 방진복 정도의 옷만 입혔던 것이 비용문제다. 직원들이 안전장치를 푸고 하는 이유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사내 경영방침이며 기본급은 낮으나 성과급으로 때우는 모든 것이 비용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소송을 건 건데, 그걸 또 돈으로 매꾸려 하며 자문관 돈 들고, 변호사 비용 등 많은 돈이 드는데, 돈을 아끼려 하는데도 돈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 생긴다.
두 번째 문제는 세일즈 포인트가, 돈이 많으니 메꾸려 하니 백혈병 말고 다른 병에 걸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입을 막는 비용이 나중에는 광고비용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고 그 때쯤에야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이다. 결론은 돈이 문제다.
작업장에서 실제로 찍은 사진. 이들은 방진복만 입고, 유해물질이 가득한 환경에 노출되어 일을 해야만 했다.
오현세: 재미가 없다.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 공장에 안 들어갔어도 백혈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현실성이 없다. 왜 하필이면 그 공장의 거기에만 있고, 다른 회사는 왜 없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건호: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딸을 위해서 희생하는 아버지의 노력이 대단했다. 눈물을 흘리며 봤다.
김민석: 그냥 뭐 다른 영화보다는 현실성이 있었던 거 같다. ‘부러진 화살’이나 ‘변호인’처럼 질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오히려 현실성이 있었다. 그런 식의 억지 재판이 아닌 현실성이 있는 재판이어서 현실성 있는 영화여서 괜찮았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다. 순수 국민들이 돈을 모아 영화를 만들고, 끝나는 그 순간까지 함께 했다.
생각나는 장면
박주원: 멍게 이야기가 생각난다. 멍게가 뇌가 있는데, 바다에서 한 곳에 정착하면 뇌를 소화시켜 동물이 식물이 된다. 그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멍게와 다를 게 없다. 대부분이 뇌를 소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뇌를 없애면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자신의 추악한 본성에 따라 이익만을 좇는 뇌를 소화시킨 멍게들이 있고, 그런 멍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수족처럼 움직이는 뇌를 소화시킨 멍게들이 있다. 영화의 핵심주제를 담은 장면이기에 기억이 난다.
또 하나의 멍게. 이 영화에서의 멍게라는 메타포는 매우 중요하다.
임승빈: 생각나는 장면이 없다. 진짜 생각나는 게 없고, 조금 생각나는 게 맨 마지막에 지붕에서 못을 박는데, 아들이 가서 도와주는 장면이 왜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김민석: 가족들끼리 다시 화해하고 누나가 죽었는데, 다시 제자리를 되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을 넣었던 것이다. 생각나는 장면은 없어. 아저씨가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하자, 버스 세대가 가로 막으며 시위를 방해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 장면이 진성이라는 회사가 사람들의 의견 분출을 방해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부자는 함께 지붕을 수리한 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영화는 끝난다.
송지민: 재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나온 장면이기에 기억에 남았다. 자꾸 캐묻다가 두 번째 재판에서 병 걸린 사람들이 나왔고, 중간에 택시기사가 주장을 펼쳐가지고 마지막에 승리한 장면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임승빈: 주인공의 집이 꽤 상징적인 의미였다. 속초라는 곳이, 스토리를 아우르는 것 같다.
오현세: 버스가 막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진성의 직원들이 계속 합의를 하려하고 협박하려 하였는데, 그 장면에선 물리적인 방해공작을 펼쳤기에 보면서 깜짝 놀랐다.
사업장에 항의를 하러 가자. 버스가 순식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
이건호: 다 먹은 라면이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을 상징하기에 그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자본은 자본의 추악함을 어떻게 막고, 어떻게 통제하며, 어떻게 차단하는지 잘 알고 있다.
뻔한 내용을 어떻게 진행시켰나?
이건호: 뻔한 주제를 잘 풀어서 재밌게 보았다. 그렇게 뻔하지 않았다. 제가 봤던 영화 중엔 뻔한 주제를 가지고 잘 풀어낸 영화는 없었다.
임승빈: 재미가 있었다. 감정 동요를 잘 일으킨 것 같고,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볼만 했다. [김씨표류기] 만든 [천하장사 마돈나], [라디오스타]라는 영화가 뻔한 주제를 뻔하지 않게 다룬 것 같다. 그냥 밥에다 잘 섞어서 했더니 맛있는 볶음밥이 되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현세: 너무 뻔하다. 재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부류의 영화와 비슷하다. 어디서 본 듯한 설정들이 나와서 재미가 없었다. [브이 포 벤데타]는 뻔한 영화다. 나중에 테러하고 끝나는 게 뻔한데, 중간에 의미 같은 거와 액션씬도 볼만해서 괜찮았다.
김민석: 뻔한 영화가 아니었다. 뻔한 영화라는 게 재판이란 경우, [부러진 화살] 같은 경우 패소하고 끝나는 그런 결말을 맞이하는데 승소했기 때문에 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뻔하지 않아서 재밌었다.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누구나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하지만 그게 죽음을 재촉하는 일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내가 시나리오를 쓴다면, 어떤 부분을 고치거나, 보강할까?
박주원: 판사가 나와서 변호인하고 증인의 말을 끊잖아요. 마지막에 택시기사 말할 때 말을 끊지 않는 게 이상했다. 판사의 들쭉날쭉하는 모습만 조금 고치면 괜찮을 것 같다.
법정 장면은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임승빈: 재판에 대해서 답답했던 부분이 있다. [부러진 화살]을 보고 보니, 재판 장면이 많이 지루하고 답답했다. 중반까지 힘이 없다가 끝에서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물통을 던지거나 하는 장면을 넣을 것 같다. 재판에서 생각하는 장면이 첨가되어야 신빙성이 있다.
법정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 [부러진 화살]
이건호: 어색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없었다. 전체적인 짜임이 괜찮았다.
오현세: 처음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컴퓨터에서 USB로 찾다가 퇴사당한 사람이 거짓증언을 하고 진실이 밝혀지자 재판정에서 나갔는데 그 다음 이야기가 더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무언가 직원들한테 들었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해주는 장면을 넣었을 것 같다.
송지민: 고칠 부분이 별로 없다. 재밌게 잘 봤다.
김민석: [부러진 화살]을 보고 보니, 재판 과정이 부족했다. 재판정 장면이 주거니 받거니 심심하게 진행되었다. [부러진 화살]의 재판 과정은 긴장감도 있고 박력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재판 과정을 [부러진 화살]처럼 약간씩 긴장감이 넘치도록, 분위기도 약간 어둡게 하면 좀 더 나을 것 같다.
이 시대를 산다면 한 번 같이 공유해볼 문제다. 이 영화를 봤다면, [탐욕의 제국]이란 다큐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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