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단재학교 영화토크 - 우아한 거짓말 본문
♣스포 있음.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읽지 마세요.♣
소감
오현세: 전체적으로 영화는 좋지 않았다. 10분 만에 끝낼 수 있는 스토리를 2시간동안으로 늘린 것 같다. 불필요한 장면이 특히 많았다. 여자 얘들이 우는 장면과 같은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여 앞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 점은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김민석: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7월 14일의 소녀’를 보는 기분이었다. 7월 14일의 소녀가 약간 난장판 같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그 영화와 다르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없었다. 단순하게 동생이 죽어서 슬퍼하는 장면이 나올 수는 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장면들(툭하면 울고, 옥상에서 언니와 동생들이 우는 장면)이 감정이입이 잘되지 않았다. 우는 장면을 여러 번 보다 보니 이해도 되지 않고 짜증만 났다.
"단순하게 동생이 죽어서 슬퍼하는 장면이 나올 수는 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장면들이 감정이입이 잘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았다. 김유정, 유연미의 연기가 좋았고, 성동일씨의 연기가 감칠맛 나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암시 같은 것들을 넣어줘서 좋았다. 동생이 전화 안 받는 장면 같은 경우, 뒷일을 궁금하게 만들었고, 편지 같은 것들은 어떤 내용인지 보여주지 않아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게 했기에 좋았다. [설국열차] 같은 경우, 기차가 덜컹 거리면서 분위기도 넣어주고 초반 연출이 탁월한 부분이 있었는데, [우아한 거짓말]의 경우엔, 초반 연출이 약간 부진했던 거 같다.
"성동일씨의 연기가 감칠맛 나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건호: 전주영화제 보다 훨씬 나았다. [진실은 불타지 않는다]보다 훨씬 나았던 것 같다. [진실은]의 경우 초반엔 어떤 내용인지조차 모르다가, 중반 부분부터 내용이 이해되며 볼만 했다. 이야기가 약간 무거울 수 있었는데, 중간 중간 재밌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후반에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쪽지 찾는 과정이 없었다면 지루할 수 있었는데, 쪽지를 찾아 전체적으로 재밌는 영화였다.
임승빈: 이야기의 스토리의 전개 방식이 굉장히 재밌었는데, 전체 분위기 자체가 별로 웃기지 않았고, 계속 무거운 분위기로 끌고 가니 [명왕성] 같은 분위기였다. 명왕성 같은 분위기가 뭐냐면 숨이 막히고, 끔찍하며, 좀 약간 안 좋은 느낌이었다.
송지민: 첫 장면에서 엄마가 밥솥인가에서 놀랐을 때에서 재밌었고 계속 운 장면에선 재미가 없었다.
생각나는 장면
이건호: 엄마가 중화요리집에 찾아가 전해준 엠피쓰리를 딸에게 전해주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엄마 대 엄마의 싸움, 자살한 얘 엄마가 더 이기는 것 같았지만, 자살하게 한 얘 엄마의 회심의 일격 “이것까진 전해줄 수 없어요.”라며 딸을 위한 싸움을 펼치는 장면이었기에 생각난다.
"엄마가 중화요리집에 찾아가 전해준 엠피쓰리를 딸에게 전해주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민석: 맨 마지막에 딸이 엄마와 함께 업고 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전까지는 ‘떡밥을 회수하겠지’ 했는데, 성동일씨나 성동일씨의 딸들이 나올 듯 말 듯 하다가 나오지도 않았다. 궁금증은 유발해놓고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않은 부분 때문에 맨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맨 마지막에 딸이 엄마와 함께 업고 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임승빈: 실타래를 사각틀로 만들어서, ‘친구가 이것 한 번 풀어 봐도 돼’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주인공이 왜 빨간실 안에 편지를 넣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왜 빨간실이었는지?’하는 것이기에.
"‘친구가 이것 한 번 풀어 봐도 돼’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오현세: 유아인 도서관에서 천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다시 유아인이 나와서 여러 의문들을 풀어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기억에 남는다.
"유아인 도서관에서 천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송지민: 주인공과 여자얘가 털실을 풀며 학교를 도는 장면이 생각난다. 서로 은근히 따 시키던 친구들이 사이좋게 노는 장면을 영상화한 것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왕따다. 그걸 어떻게 영화로 풀었나?
오현세: 영화에서는 왕따라는 주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학교의 모습을 상세히 표현해줬었어야 했는데,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외부집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왕따라는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김민석: 개인적으로는 왕따라는 주제를 풀지 못한 것 같다. 왕따가 문제가 되려면 어느 정도 밝고 활기찬 얘가 왕따를 당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결국 자살까지 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천지는 누가 봐도 문제가 있었던 아이가 그래서 따를 당하는 것이었기에 이해가 되기보다 짜증이 났다. 친구도 있을 타입도 아니고, 자기를 활용해 먹는 친구가 있었지만 그것조차 없었다면 완전한 왕따가 됐을 것이다. 얘들이 놀 때 안 끼워 주고 혼자서만 노는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나 MP3나 디카를 바꾸자고 할 때는 오히려 김유정이 착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호: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밝지 않았다고 했는데, 집 안에서 언니와 엄마에겐 밝은 아이였다. 미라와 친해졌을 때는 무지 밝은 아이였다. 원래 사람들은 밟히는 아이만 챙기잖아요. 엄마도 학교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관료들이 ‘CCTV’를 설치하자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영화는 폭력적인 피해보다는 정신적인 왕따 피해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정신적인 피해를 방지하는 어떤 것도 없고 그런 피해가 무지 크다. 또한 얘들 반 얘들을 보면 서로 친한 아이들은 친하게 놀지만 다른 아이들에겐 까칠하게 대하는 등, 정신적인 왕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래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임승빈: 은따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잘 표현했다. 이 영화에 대해 불평할 점은 없었다. 예를 들어, 생일파티에 갔는데 천지가 3시에 모인다고 해서 갔는데 얘들은 2시에 이미 모여 있었다. 그 때 천지가 들어오니 모두 조용해졌다. 그리고 얘들이 서로 스마트폰으로 ‘톡’을 하고 있는데, 천지만 그 자리에 끼지 못하는 불순물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그 장면이 은따를 표현한 장면이었고,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충분히 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섬뜩하고도 끔찍한 장면이었다.
"천지만 그 자리에 끼지 못하는 불순물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송지민: 왜 왕따가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돈을 뜯기는 것도 아니고, 때리지도 않고 그러는데, 심각성을 느끼지 않았다. 천지가 왜 그렇게까지 자살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연출을 한다면, 내가 시나리오를 쓴다면 어떤 부분을 고칠까?
오현세: 집이나 엄마의 직장 같은 분량을 줄이고, 학교 분량을 늘려서 왕따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이다. 학교 분량에서는 따를 심하게 당하는 장면들을 더욱 많이 넣어야 심각성을 제대로 알게 되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 학교만 나온 장면에서 따를 당하는 것이 하는 듯 마는 듯 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거기에 강조점을 두어 분량을 늘려 연출해야 한다.
김민석: 우는 장면보다는 차라리 학교에서 당하는 장면들을 조금 더 넣고, 지금까지 은따의 장면들이 있었는데, 솔직히 은따가 친구를 사귀려면 어느 정도 붙임성도 있어야 하며, 친구를 사귀고 싶은 적극성을 보여야 하는데 그냥 혼자서 반에서 놀다시피 한다. 그리고 밤에 잘 때 언니에게 “자기를 이용해 먹을 친구들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묻는데, 자기를 이용해 먹으려는 친구밖에 없다는 게,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은따든 왕따든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가 된다. 은따 당할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활발한 얘로 주인공을 내세워 친구와 잘 사귀는 아이가 친구들이 배신 때려 조금씩 어두워지는 캐릭터로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다.
이건호: 이 영화의 슈퍼마켓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얘가 왕따였지만, 엄마가 절대적인 지지자가 된다. 엄마가 슈퍼마켓에서 일한다는 게 창피할 수도 있는데, 딸들은 그러지 않으니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바꿀만한 장면은 없다. 마지막 부분에서 만지와 엄마가 함께 가는 장면은 다시 희망을 가지고 살겠다는 장면이기 때문에 고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슈퍼마켓에서 일한다는 게 창피할 수도 있는데, 딸들은 그러지 않으니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것이다. "
임승빈: 민석이와 건호 얘기를 들으며 많이 생각나는 것이, 민석이는 활발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극적인 표현보다는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활발한 아이보다 조용한 아이를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석이 의견에 반대한다. 그리고 어떻게 은따가 시작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악당을 맡고 있는 김유정이란 사람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주인공도 김유정과의 관계를 많이 헛갈려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출한다면, 엄마와 그 애인과의 관계를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좀 보는데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유아인의 이야기는 좀 더 넣을 것 같다. 왜냐 하면, ‘왜 저렇게 당하지?’라고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유아인의 역할을 통해 공감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지민: 왕따의 심각성을 느끼게 만들 거 같다. 때리는 장면과 돈을 뜯는 장면을 넣으면 왕따의 심각성이 부각된다. 엄마와 그 애인의 이야기는 넣지 않을 것이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 장면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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