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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한 명과 오붓이 이주일 보내기 - 2. 상현이와의 1주 본문

직장/학교 수업

학생 한 명과 오붓이 이주일 보내기 - 2. 상현이와의 1주

gunbbang 2015. 6. 24. 11:31

 

 

. 상현이와의 1- 아이들은 누구나 변하고 성장한다

 

 

68() 빠지다

 

상현이는 월요일이 되면 학교에 나오기 힘들어 한다.

아침에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상현이는 선생님 저 힘들어서 오늘 오후에 나가면 안 될까요?”라고 묻는다. 왜 그런지를 되묻지만 늘 한결같은 힘들어서요라는 대답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그래서 12시까지 나오는 것으로 정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막상 점심이 지났는데도, 오후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나중에 어머니를 통해 들어보니, 학교에 11시에 도착했지만 12시까지 오기로 했다며 시간을 맞추느라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러다 보니 옥신각신하게 되고 결국 서로 감정이 상해서 상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뻗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함께 정한 계획(계획 보기)을 첫 날부터 실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69()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다

 

원래 계획은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을 다 세우고 어머니와 통화를 해보니, 이 날 2시에 병원에 가기로 예약해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목요일 일정이던 국립중앙박물관과 롯데월드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어떤 방법으로 가는 지 하나하나 알려줬다. 처음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 거라 위치파악도 안 되고 헛갈려 했지만, 금방 이해했다. 환승하는 법과 어느 노선을 타는지 알려준 후, 모든 걸 상현이에게 맡겼다.

난 뒤에서 걸어가고 상현이는 인솔자가 되어 앞서 간다. 역에 가는 것도, 환승을 하는 것도, 박물관을 찾아가는 것도 모두 자기 힘으로 해야만 한다. 난 그 인솔에 따라 갈뿐이다. 방향을 틀려도, 내릴 역을 놓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지하철만 타면 눈을 감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릴 역에서 긴장하고 있었던지 나를 깨우며 내리라는 것이다. 그 덕에 박물관까지 아무 문제없이 올 수 있었다. 막상 해보면 대부분의 일은 별 것 아니다.

 

 

성한이의 인솔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잘 도착했다.

 

박물관에선 모두 둘러보기엔 시간이 촉박한지라 돌아보다가 맘에 드는 유물 5개의 설명을 적도록 했다. 내가 앞서서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보다 상현이의 관심에 따라 익히길 바랐던 것이다.

나는 자유로이 박물관을 둘러봤다. 하나하나 꼼꼼히 보려하면 방대한 수집목록 때문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더라.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에 놀러오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안비밀이다. 과연 지켜질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정해진 시간이 지난 후 몇 개의 목록을 적었나 봤더니, 5개도 다 채우지 못하고 하나는 완벽히, 하나는 첫 줄만 써놓은 정도였다. “왜 그랬니?”라고 물으니, 예의 그 소리 힘들어서요란다.

시나브로라고 오늘 어찌 되었든 이렇게 지하철 타는 법이라도 익혔으니, 그걸로 됐다.

 

 

▲  5개의 목록을 모두 적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럼에도 이곳까지 성한이의 힘으로 왔다는 건 정말 잘한 일이다.

 

 

 

610() 프리덤 라이터스

 

오전엔 사자소학을 공부하고 오후엔 프리덤 라이터스Freedom Writers 라는 영화를 봤다.

사자소학의 핵심은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노력이고, 소리 내어 읽으려는 의지이다. 독서의 기본이 묵독黙讀 된 시대에 소리 내어 읽는다는 건 특별한 것이 되었다. 더욱이 한문은 성독을 하다 보면 그 음률에 몸이 흔들리고, 어느 순간엔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음률에 스스로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상현이에겐 이 학교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정말 쩌렁쩌렁 큰 소리로 읽어봐라고 주문한 것이다. 평소에 말이 없는 아이이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이 앞섰는데, 그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쩌렁쩌렁 큰소리로 성독하더라. 역시 무엇이든 고정관념을 가지는 건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후엔 프리덤 라이터스라는 영화를 봤다. 상현이가 보기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였는데,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진 못했지만 졸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영화가 다 끝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물어보니, 처음에 여교사가 학급에 들어가 수업을 하려 할 때에 아이들이 반항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성현이의 후기 보기).

내용을 다 기억하진 못했다 하더라도 2시간 정도를 졸지 않고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중에 기억에 남는 영화는 로보캅이었다. 머리만 남는 장면이 충격적이었기에 기억에 남은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선 오락영화는 집중하며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 더욱이 왜 봐야 하는지 모르는 영화를 집중하며 본다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611() 아차산, 용마산

 

원래는 오늘 롯데월드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메르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은 좀 그렇다는 어머니의 의견 때문에 변경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 메르스의 진정 기미를 봐서 롯데월드 일정은 고려해봐야 한다.

역시나 화요일과 마찬가지로 광나루역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고 데리고 가도록 했다. 쉬운 노선이기 때문인지 어렵지 않게 갔다.

아차산과 용마산을 오른다. 아차산을 오를 땐 두 가지 갈림길로 나뉜다. 경사진 돌길을 따라 가는 코스와 완만한 산길을 가는 코스가 있다. 당연히 경사진 돌길은 좀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상현이에게 두 코스 중 고르게 했더니, 호기롭게 돌길을 택한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몸은 맘 같지 않다. 경사진 길이라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찬다. 오르고 쉬고를 반복한다. 원칙은 시간에 상관없이 길은 어쨌든 자기 힘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기에, 쉬는 것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몇 분을 쉬건, 아예 갈 마음이 없건 뭐라 하지 않은 것이다. 몸이 힘드니 조금 걷다쉬다를 반복하긴 했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건빵쌤 출발해요라고 하더라.

 

 

자신의 힘으로만 한걸음씩 내딛어야 하는 게 삶이다. 산의 깨달음은 그런 데에 있다.

 

늘 왔던 산이라 별 생각 없이 길을 갔는데 곧장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닌, 삥 둘러 가는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이 길은 예전에 건호와 왔던 길이었다(건호와의 아차산 후기보기). 그래서 힘은 더욱 들고 시간은 더욱 지체되었지만, 이 날 상현이는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더라. 그렇게 아차산과 용마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니 4시간 정도 걸렸다.

2013년에 올랐던 지리산 산행(지리산 후기보기)이든, 학생들과 하는 산행(영화팀 산행 보기)이든, 산행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누구도 내가 가야할 길을 대신 가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걷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몫이고,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누군가 해주겠거니 하며 물러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고비를 넘기며 자신이 직접 걸어서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작은 성취’, ‘노력으로 해낸 성과’, ‘순간의 고통을 넘기는 법에 대해 느껴보게 하기 위해 산행을 하는 것이다.

 

 

분명 힘들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마무리 지었으니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612() 한강 라이딩

 

저번 영화팀 라이딩 때 상현이는 많이 힘들어 했다. 형들이 워낙 자전거를 잘 타기도 했지만, 갑자기 살이 찌며 몸이 둔해졌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든 것이다(영화팀 라이딩 보기).

그 여파로 라이딩은 힘들다고 말하던 터였는데, 막상 계획을 짤 땐 할 수 있다고 하여 정하게 되었다.

이 날 아침에도 문자를 보내 의견을 다시 물어봤다. ‘선택 1-라이딩을 한다 / 선택 2-사자소학을 하고, 영화를 본다라는 선택지로 의견을 물었는데, 조금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1번을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2번을 선택할 줄만 알았는데, 아이들도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넘어설 때가 있다.

 

 

학교 마당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바로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떠났다.

 

그래서 라이딩을 가게 되었다. 이번엔 오로지 상현이의 속도에만 맞춰서 달린다. 어제 산행처럼 목적지까지만 가면 된다고 정해놨기에 보채거나 쉬는 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이 쉬긴 했지만, 어쨌든 목표한 곳까지 돌아가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달리더라. 거의 반포대교에 이르러선 힘들다며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긴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할 일이 무언지, 그걸 남에게 미룰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 잘 마쳤다. 이번 일주일이 너와 나에겐 어떻게 기억되는 날들일까? (상현이의 1주일 후기 보기)

 

 

 

한 주 총평 - 아이들은 변하고 성장한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나?

 

한주 동안 상현이와 함께 지내보니, 역시 아이들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수시로 변하고, 성장해 간다.

정작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아이는 하나도 자라질 않았어요라고 어른들은 자식을 평가하지만, 아이들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고정시키고 있는 건 어른들인지도 모른다. ‘아이가 변하지 않은 것인가? 어른의 생각이 변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온갖 감정이 얽히고설킨 부모가 아닌 조금 더 객관적으로 아이를 볼 수 있는 교사조차도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선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교사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큰 편견의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지식(대표적으로 심리학)을 통한 편견과 교육 경력을 통한 규정짓기로 오히려 아이들의 싹부터 자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 주의 경험을 통해 어른이 욕심(편견)을 비우(버리)면 비울수록(버릴수록) 아이들은 더 자유의 나래를 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과거 단재학교 등산 사진 보기(사진 클릭 시 링크됨)

 

12.09.20 영화팀 북악산, 인왕산 산행

 

12.10.12 영화팀 아차산 산행

 

 12.10.24 이건호 아차산 산행

 

 13.03.01 중등팀 남한산성

 

 13.03.16 영화팀 청계산

 

 13.05.04 영화팀 관악산

 

 13.09.05 영화팀 청계산

 

 13.10.18 영화팀 북악산, 인왕산

 

 13.11.01 영화팀 남한산성

 

  13.11.05 영화팀 북한산

 

 13.11.11~16 영화팀 지리산 산행

 

 14.02.28 아차산, 용마산

 

 

과거 영화팀 라이딩 사진 보기(사진 클릭 시 링크됨)

▲  2013년 5월 16일 팔당대교 라이딩

 

▲  2013년 5월 30일 양화대교 라이딩

 

▲  2014년 9월 21일 북한강 라이딩

 

▲  2015년 4월 22일 반포대교 라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