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12.05.31 건빵이 필명이 된 사연과 기록에 대한 압박 본문
시간을 어찌나 잘 흘려보냈던지, 내가 무슨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정리하지 않으면 순간의 생각은 묻히고 만다. 시간은 흐르고 그 위에서 표류해서만은 아무 것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귀찮을지라도 되묻고 되물어야 한다.
건빵을 별명으로 삼은 사연
단재에서의 7개월,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젠 누구도 어색해하지 않고 ‘건빵’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아이들이야 먹을거리인 건빵을 생각하며 ‘놀리듯’ 그 별명으로 부를 테지만, 여기엔 나의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건방진 방랑자’, 이게 내 블로그 이름이다. 어느 날 경수누나가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필자는 필명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름은 기호다. 그건 차별화를 두기 위한 기호임엔 분명하지만, 실상 그 속엔 어떠한 개별성도 모습도 없는 것이다. 결국 나답기 위해서는 기존에 주어진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의미부여 할 수 있어야만 한다. 바로 필명을 찾는 과정이란 곧 날 찾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건빵’을 필명으로 삼았고 이젠 그게 정착된 것이다. 맘에 쏙 드는 별명이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
5월엔 정신이 없었다는 기억 밖에 없다. 시작과 함께 전주에 있었고(해당 글 보기), 중반에는 광주에(해당 글 보기), 후반엔 여수(해당 글 보기)에 다녀왔다. 버라이어티한 일정이다. 내가 힘든 만큼 아이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무언가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세상에 눈을 감게 하는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자꾸 해야 한다는 압박은 사고를 적극적으로 멈추게 할 수도 있다. 그건 물이 샘솟기도 전에 길어 쓰는 愚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차곡차곡 쌓여야 그걸 풀어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는 것이다. 그건 강요도 압박도 아닌 자연스런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제된다. 그리해야만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썰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려는 게 아니라, 一以貫之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자꾸 질을 낮추는 게 아닌지 우려가 든다.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이야기다.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에게 글이란 구세주였듯 내 삶을 되돌아보는 통찰력이니 말이다.
'건빵 >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근에 과거를 찾아서 기록하는 이유 (0) | 2015.07.07 |
---|---|
국토종단기 재편집을 마치며 (0) | 2015.06.09 |
글쓰기의 부담을 벗는 방법(일기장을 바꾸기로 하다) (0) | 2012.06.04 |
주눅 들어 말문이 막히고, 부담되어 글이 막히다(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며) (0) | 2012.01.28 |
旅程錄卷之九序(아홉 번째 일기장을 시작하며) (0) | 2008.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