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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글쓰기의 부담을 벗는 방법(일기장을 바꾸기로 하다) 본문

건빵/글쓰기

글쓰기의 부담을 벗는 방법(일기장을 바꾸기로 하다)

gunbbang 2012. 6. 4. 18:52

2006년을 잊을 수가 없다. 분명히 그 때를 기준으로 전과 후가 나누어질 것이다. 글 또한 그 때 이후로 더욱 열정적으로 썼다. 두꺼운 일기장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게 희열이었다. 그건 내가 살고자 발버둥 친 조각들이었던 거다. 여기저기서 생각을 끌어 모았고 열심히 뱉어냈다. 그렇지 않고선 내가 죽을 것 같았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꼬박 5년간을 그렇게 달려왔다. 그 시간동안 다른 것들에 관심 갖게 되기도 했고 글을 풀어내는 데에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나를 구원했던 글쓰기가 어느 순간 나를 구속하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쓸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건, 생각을 다방면으로 펼칠 수 있다는 기회였지만 어느 순간엔 그 넓은 공간을 다 채워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부담이 되고 말았다. 두꺼운 공책은 나의 생각을 빠뜨림 없이 담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여유와 활기를 줬지만, 언제 채우나 하는 괴로움이 되고 말았다. 부담과 괴로움으로 언제부터인가 아예 글도 쓰지 않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이 날 가두고 내 자신이 날 괴롭히는 꼴에 다름 아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변화의 싹이 텄다.

그렇다고 곧바로 바꿀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생각의 특성이 고집이듯, 삶의 방식도 관성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단순히 요즘은 내가 글쓰기가 싫은가 보다라고 내 자신을 탓했을 뿐, 도구나 환경을 탓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부담을 어떻게 줄여줄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내 자신을 채근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생각해보니,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스스로 날 묶어놓은 꼴에 다름 아니더라.

저번 주 금요일(1)부터 어떻게든 환경을 바꿔볼 생각을 한 듯하다. 노트를 좀 더 산뜻하며 얇고 크기가 작은 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젠 찾아가서 고르긴 했지만 딱히 맘에 들진 않더라. 가계부가 딱 그 이상향에 맞는 거였으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일기와 비슷한 느낌의 이 노트를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즌3의 시작이다. 나의 이야기를 좀 더 단순하고 열정적으로 여기에 담으려 한다. 이번 컨셉은 단순’, ‘적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