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건방진 방랑자

12.05.31 건빵이 필명이 된 사연과 기록에 대한 압박 본문

건빵/글쓰기

12.05.31 건빵이 필명이 된 사연과 기록에 대한 압박

gunbbang 2012. 5. 31. 08:38

시간을 어찌나 잘 흘려보냈던지, 내가 무슨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정리하지 않으면 순간의 생각은 묻히고 만다. 시간은 흐르고 그 위에서 표류해서만은 아무 것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귀찮을지라도 되묻고 되물어야 한다.

 

 

 

건빵을 별명으로 삼은 사연

 

단재에서의 7개월,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젠 누구도 어색해하지 않고 건빵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아이들이야 먹을거리인 건빵을 생각하며 놀리듯그 별명으로 부를 테지만, 여기엔 나의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건방진 방랑자’, 이게 내 블로그 이름이다. 어느 날 경수누나가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필자는 필명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름은 기호다. 그건 차별화를 두기 위한 기호임엔 분명하지만, 실상 그 속엔 어떠한 개별성도 모습도 없는 것이다. 결국 나답기 위해서는 기존에 주어진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의미부여 할 수 있어야만 한다. 바로 필명을 찾는 과정이란 곧 날 찾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건빵을 필명으로 삼았고 이젠 그게 정착된 것이다. 맘에 쏙 드는 별명이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

 

5월엔 정신이 없었다는 기억 밖에 없다. 시작과 함께 전주에 있었고(해당 글 보기), 중반에는 광주에(해당 글 보기), 후반엔 여수(해당 글 보기)에 다녀왔다. 버라이어티한 일정이다. 내가 힘든 만큼 아이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무언가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세상에 눈을 감게 하는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자꾸 해야 한다는 압박은 사고를 적극적으로 멈추게 할 수도 있다. 그건 물이 샘솟기도 전에 길어 쓰는 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차곡차곡 쌓여야 그걸 풀어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는 것이다. 그건 강요도 압박도 아닌 자연스런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제된다. 그리해야만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썰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려는 게 아니라, 一以貫之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자꾸 질을 낮추는 게 아닌지 우려가 든다.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이야기다.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에게 글이란 구세주였듯 내 삶을 되돌아보는 통찰력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