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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주눅 들어 말문이 막히고, 부담되어 글이 막히다(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며) 본문

건빵/글쓰기

주눅 들어 말문이 막히고, 부담되어 글이 막히다(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며)

gunbbang 2012. 1. 28. 23:00

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러 먼 길을 재촉한다.

이런 바람을 지닐 때가 있었다. 바다출판사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라는 것. 그걸 원해서 모든 게 소포로 돌아간 순간엔 수유+너머를 찾아 불원천리하기도 했다.

바라던 것들이 현실이 된 지금, 난 좋아하기보다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마지못해 하고 있다.

왜 일까?

 

 

 

맘껏 즐기며 공부하지 못하는 이유

 

주눅 들었다. 내가 뭘 아는지도 모르는 때 도대체 무얼 듣고 무얼 생각했을까? 내가 아는 게 있었을까?

더욱이 활발하게 이야기한다는 게 남의 일처럼 힘들게만 느껴졌다. 난 왜 질문할 게 없는 걸까?

왜 적극적으로 껴들지 못하고 왜 내 주장은 없는가.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부담스러웠다. 후기를 써야 한다는 게.

글은 천지자연의 흐름을 절단, 채취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란 통로가 되어 흘러가게 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난 내가 쓰려 무진 애쓰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드러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부담은 더욱 커져 간다. 실상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드러날까봐.

 

 

 

자연스럽게, 거짓되지 않게

 

주눅 & 부담,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갉아먹는 심리 상태의 양대축이다.

여기서 벗어나 生生之謂易, 活潑潑을 회복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건 나에게 무언가 주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내가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글이란 게 나의 능력이 아닌 천지자연의 흐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는 게 없는 게, 또는 전혀 문외한인 게 뭐 그리 대수인가. 그게 바로 나 자신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