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방랑자
주눅 들어 말문이 막히고, 부담되어 글이 막히다(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며) 본문
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러 먼 길을 재촉한다.
이런 바람을 지닐 때가 있었다. 바다출판사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라는 것. 그걸 원해서 모든 게 소포로 돌아간 순간엔 ‘수유+너머’를 찾아 불원천리하기도 했다.
바라던 것들이 현실이 된 지금, 난 좋아하기보다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마지못해 하고 있다.
왜 일까?
맘껏 즐기며 공부하지 못하는 이유
주눅 들었다. 내가 뭘 아는지도 모르는 때 도대체 무얼 듣고 무얼 생각했을까? 내가 아는 게 있었을까?
더욱이 활발하게 이야기한다는 게 남의 일처럼 힘들게만 느껴졌다. 난 왜 질문할 게 없는 걸까?
왜 적극적으로 껴들지 못하고 왜 내 주장은 없는가.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부담스러웠다. 후기를 써야 한다는 게.
글은 천지자연의 흐름을 절단, 채취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란 통로가 되어 흘러가게 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난 내가 쓰려 무진 애쓰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드러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부담은 더욱 커져 간다. 실상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드러날까봐.
자연스럽게, 거짓되지 않게
주눅 & 부담,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갉아먹는 심리 상태의 양대축이다.
여기서 벗어나 ‘生生之謂易’ 즉, 活潑潑을 회복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건 나에게 무언가 주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내가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글이란 게 나의 능력이 아닌 천지자연의 흐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는 게 없는 게, 또는 전혀 문외한인 게 뭐 그리 대수인가. 그게 바로 나 자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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