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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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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후기]여행

16회 전주국제영화제 1 - 소년 파르티잔

gunbbang 2015. 5. 12. 10:15

 

4월 30일(목) 1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가다

 

전주에는 저저번 주 단재학교 전체 여행으로 왔었다. 채 2주일만에 다시 전주를 찾는 것은 어찌 보면, 쓸데 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이미 경험해봤어요." 또는 "내가 가봐서 아는데" 정도의 말인데, 이 때의 이와 같은 반응은 같은 경험이 주는, 다양한 느낌과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에 더 이상 경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뉘앙스가 속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2주일만에 다시 전주를 찾아간다. 경험이든 여행이든, 같이 가는 멤버가 바뀌고, 시간이 바뀌면 그 당시에 느껴지는 감상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건 같은 장소라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환경과 마주치는 자신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주치면 느끼게 되고, 느끼게 되면 표현하게 되는 것이니, 그 때의 풍경은 전의 풍경과 같지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리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이번 여행엔 특히나 상현이가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우리는 전주에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느끼며 돌아왔을까?

 

전주로 가기 위해 남부터미널에 모였다. 벌써 네 번째 전주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민석이를 필두로, 두 번째 참석하는 현세, 그리고 처음 참석하는 지훈이와 상현이까지 네 명의 친구들이 모이기로 한 8시 50분에 늦지 않게 모였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남부터미널에 모인 네 명의 영화팀 학생들. 즐겁게 신나게 다녀오자.

 

전주터미널로 가지 않고 전주대 터미널에서 내렸다. 전주국립박물관을 가는 일정을 짰기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터미널에서 내린 것이다.

 

화사하게 핀 꽃길을 거닐어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다.

 

점심은 햄버거를 먹었다. 전주에 왔으니, 전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 게 좋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전주역사박물관과 전주국립박물관

 

전주역사박물관과 국립박물관을 찾은 목적는 두 가지였다. 역사를 배우자는 목적이 첫 번째 이유이고, 뮤직비디오를 찍자는 목적이 두 번째 이유이다. 과연 우리는 두 가지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을까?

전주역사박물관에 가고 있다. 박물관의 위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잘 찾지 않게 된다는 정도.

 

가방을 내려놓고 둘러 본다. 학생들은 역시나 별 흥미가 없어 한다.

하긴 나도 저만할 때 학교에서  박물관에 가든, 미술관에 가든 의무감에 돌아다녔을 뿐 별 흥미를 느끼진 못했었지.

 

전주국립박물관으로 들어간다. 박물관 건물은 고풍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대지도 어마어마하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즐길거리가 있다. 투호와 굴렁쇠 체험 같은 게 있다.

 

역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기 시작했다.

 

상현이가 1등으로 성공했고, 그 다음에 지훈이, 그리고 민석이가 세 번째로 성공했다.

 

지금은 놀이가 궁한 시대긴 하다. 내가 어렸을 땐 저녁 시간에 골목에만 나가면 아이들이 있었고, 함께 놀기에 좋은 풍토였다.

그 때 최대의 적은 "밥 먹어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아예 이런 문화 풍토가 사라졌으니 우리나라는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드디어 국립 박물관에 들어간다. 이곳에선 미륵사지에 출토된 유물들을 꼭 봐야 한다. 백제 예술미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은 실패했다. 현세에게 안무를 짜도록 했고, 아이들에겐 함께 의기투합하여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했지만,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어 일단은 숙소에 먼저 들어가 안무를 맞춰보기로 하고 나왔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 태조로를 걷는 느낌은 언제나 좋다.

 

안무를 맞춰보는 아이들. 어색하고 춤이라는 것에 대해 해본 적이 없기에 어설프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은 나름 유쾌한 일이긴 하다.

 

 

전주영화제 개막식에 가는 길

 

예년엔 개막식을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했었는데, 올해는 종합경기장에서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길을 간다.

 

분식집에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저녁을 먹는다.

 

개막식이 열리는 종합경기장에 왔다.

불안했던 것은 과연 야외상영장에서 몰입도는 괜찮을까? 소리는 잘 들릴까? 영화를 보는 중에 사람들이 이동하고 그러면 집중에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아이들은 즐거워 하는 표정이 보인다. 나는 7시부터 시작하는 줄만 알았는데, 레드카펫을 보려면 6시에 입장해야 한다더라.

 

4000석 규모로 꾸몄다고 한다. 과연 소리문화 전당에서 하는 개막식이 나은지, 이곳에서 하는 개막식이 나은지 지켜볼 일이다.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이런 행사에 흥미가 없는지 잠을 자더라.

 

개막식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은 말끔히 씻겨 졌다.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할 때는 실내에서 한다는 한계, 그리고 외진 곳(소리 문화 전당은 외진 곳에 있음)에서 한다는 한계 때문에 전주영화제가 축제가 아닌 그들만의 잔치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정말 영화제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찾아갈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제를 한다는 것 자체도 모를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경기장은 전주의 중심지에 유치해 있고 유동인구도 많은 곳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외에서 하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하며 역동적인 쇼를 펼칠 수도 있다. 개막식 선언과 함께 터진 불꽃 놀이(좀 환한 시간에 터지는 바람에 감흥은 덜했지만, 야외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쾌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음)랄지, 레이저와 영상을 이용한 퍼포먼스랄지는 충분히 축제의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무언가 정말 영화제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4월의 7시는 그리 어두운 시간대가 아니어서 스크린이 잘 보이지 않는다던지, 영화가 상영될 때 수없이 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 힘든 것이라든지, 야외 상영장이어서 저녁의 추위를 온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든지 하는 문제점은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경기장에서 개막식을 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니,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첫 도전 치고는 충분히 좋은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은 단재학교 영화팀 친구들이 모두 만족하며 본 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그 감흥이 가시지 않는지,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14회 때의 [파이어폭스]나, 15회 때의 [신촌좀비만화]와 같은 경우엔 아이들이 그다지 흥미있어 하질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았다. 현세는 "긴장하며 봤다"고 소감을 이야기했고, 민석이는 "지금까지 본 개막작 중 가장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위 포스터의 첫 장면만 보면, 그레고리(중년의 남성)와 알렉산더(소년)은 둘도 없이 친해 보인다. 맞다, 이 영화를 중반까지 볼 때만해도 그레고리는 한 마을에서 최고로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알렉산더는 총망 받는 소년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레고리는 알렉산더를 더욱 열정적으로 가르치려 했고, 알렉산더는 그레고리를 존경하며 따랐다. 하지만 곧 이 마을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레고리의 검은 속내가 드러난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교육의 한계를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교육이든 그 마음은 '너를 위해서'라는 게 표면상 드러나 있다. 그래서 누구나 공부를 강요하고, 조금이라도 교육을 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은 미덕일 뿐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교육에 무관심하거나 방치하는 경우 '자격 없는 부모나 선생'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작 생각해보면 교육을 강조하는 그 속내에는 '나의 욕망'이 들끓고 있다. '너를 위해'라는 치장 속에 '나를 위해'라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교육열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과 욕망의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그 가운데 아이들은 갈등하고 좌절감을 느끼며,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억압하게 된다.

알렉산더는 그레고리의 이와 같은 표면과 이면의 부조리를 눈치 채고 결국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선한 얼굴을 한 자, 마을 사람에게 모두 칭송받는 자, 그 자를 조심하라'라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린 거리는 운치 가득하다. 길거리에 걸린 세월호 만장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추위에 떨며 영화를 봤기에 라면을 먹으며 몸을 풀었다.

 

 

과거 영화팀 전주영화제 보기(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글로 링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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